우리가 초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슈퍼맨일 것이다. 망토를 두른 채 지구를 들어올리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정형화되어 있다 못해 모든 슈퍼히어로가 조금씩 그의 모습을 오마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의 크기 앞에서 질투나 시기심보다는 동경을 넘어 경외감 마저 든다.
하지만 슈퍼맨은 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른 영웅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고난과 역경 없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기만 하면 됐으니까. 이런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독자들의 피로도는 쌓여갔고 결국 새로운 형태의 영웅을 원하게 됐다. 기존의 영웅과 다르게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다크히어로나 안티히어로는 그렇게 등장하게 됐다. 이들은 슈퍼히어로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웹툰에서도 슈퍼히어로물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한국이라는 공간을 토대로 펼쳐지는 국산 슈퍼히어로들의 활약상은 정밀한 CG로 만들어낸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더욱 현실감이 넘친다.
스퍼맨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는 '스퍼맨'은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만화 중에서는 드물게 성인 등급이다. 직접적인 노출이나 성관계 장면은 없지만 소재 자체가 성인 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 연구소에서의 실험으로 슈퍼 정자를 갖게 된 주인공이 성인이 되자 능력을 각성해 스퍼맨으로 탄생하게 된다. 하일권 작가 특유의 위트가 잘 녹아있는 이 작품은 기존의 슈퍼히어로물에서 봤던 것처럼 평범한 인물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성인 등급 웹툰이 없었던 네이버웹툰에서 선봉장으로 나선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스쿨 히어로즈
짬툰에서 연재 중인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슈퍼히어로물일 것이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입에서 빔캐논이 나가는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만 놓고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문제는 이 주인공이 고3 수험생이라는 점이다. 그는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봉인 당해 쓰지 못한다. 오히려 대학입시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방해만 될 뿐이다. 원치 않았던 능력임에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바람에 비난까지 받아야 한다.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했던 '내가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이라는 주제를 고3 수험생의 현실 속에 생생하게 담아내, 초인이 된다는 것이 반드시 축복은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또한 몸에 심어진 구속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대체 능력은 왜 생긴 것인지 궁금증을 풀어나가며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캐셔로
다음웹툰에서 연재중인 '캐셔로'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끈다. 갖고 있는 돈의 양에 따라 힘의 세기가 커지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를 일상물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차용했다. 4컷 만화 형식으로 부담 없이 보기 좋으면서도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구성 솜씨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풍자가 곳곳에 담겨 있다. 갖게 된 힘을 올바른 곳에 쓰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대견함을 넘어 진한 감동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