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파이프·심지 구조 결합 85W 열부하서 온도차 2.8℃ 달성…전기차 과열 위험 대폭 감소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히트파이프와 2상 침수냉각 원리를 결합한 방식으로, 펌프나 기타 능동 요소 없이도 액체의 자연 순환만으로 배터리에서 효율적인 열 제거가 가능하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 출력이 6배 향상된 테슬라의 핵심 기술이다.
4680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지만, 급속 충전이나 집중적인 운전 중 대량의 열을 발생시킨다. 온도가 안전 기준점인 60℃를 초과하면 배터리 마모가 가속화되고 용량이 감소하며 과열 위험이 증가한다. 기존 공기나 액체 냉각 시스템은 특히 고전류에서 이러한 부하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마치 주전자와 같은 원리를 활용했다. 배터리와 소량의 냉각액이 들어있는 밀폐된 용기를 만들었다. 배터리가 뜨거워지면 안에 든 냉각액이 수증기가 되어 올라간다. 위쪽 차가운 판에 닿으면 다시 물방울이 되어 아래로 내려온다. 이때 특수한 천(심지)이 물을 빨아들여 다시 배터리 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폐쇄형 열 제거 순환을 통해 배터리를 지속해서 식힌다.
연구 결과는 AMESim과 ANSYS Fluent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로 제작한 컴퓨터 모델로도 확인됐다. 모의실험을 통해 용기 크기의 30~40%만큼 냉각액을 넣었을 때 가장 잘 작동했다. 너무 적으면 금세 말라버리고, 너무 많으면 물의 흐름이 막혀 제대로 식히지 못했다. 연구진은 또한 155W 이상의 열부하에서는 증기가 너무 많이 쌓여 열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장치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과 효율성이다. 복잡한 장비가 필요 없고 최소량의 액체로 작동할 수 있다. 작고 나눈 설계로 과열 위험 없이 배터리 간 거리를 줄일 수 있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현재 생산 수율이 20% 안팎에 그치며 열 관리 문제가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난제로 인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올해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4680 사업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매 밀리미터와 그램이 중요한 가운데 이 같은 해법이 특히 유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전기를 통하지 않는 액체를 써서 실제 배터리 모듈에서 완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심지의 미세구조와 구멍 많은 재료의 열교환 특성을 고려한 더 정밀한 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BMW가 차세대 전기차에 4695, 46120 원통형 셀을 적용하며 안정된 습식 코팅 방식을 우선시하는 등 대형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충북대 연구진의 성과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