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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터무니’와 ‘심상’은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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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터무니’와 ‘심상’은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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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우리는 언어생활에서 ‘터무니없다’와 ‘심상치 않다’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없다’나 ‘않다’가 들어간 말이 꽤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말에서 ‘터무니’와 ‘심상’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은 없으셨는지요?

우선 ‘터무니없다’에서 ‘터무니’의 일반적인 뜻은 ‘정당한 근거나 이유’입니다. 어원을 따라가보면 ‘터무니’는 ‘터를 잡은 자취’라는 뜻이 있습니다. 혹은 ‘터에 새겨진 무늬’에서 ‘터무니’가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집터’라든가 ‘옛 성터’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터’라는 것은 집이나 건축물을 세울 자리나 이미 세웠던 자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건물이 들어섰던 자리는 집을 헐어내도 주춧돌을 놓았던 자리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들이 흔적으로나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흔적조차도 없을 때는 그 자리에 과연 건축물이 있었는지, 또는 만약에 있었다면 어떤 구조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터를 잡은 자취, 다시 말해 ‘터무니’가 없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근거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결국 내용이 허황돼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을 가리킬 때 ‘터무니없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심상치 않다’에서 ‘심상’은 무슨 뜻일까요?
심상(尋常)은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던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심(尋)은 여덟자(약 264㎝), 상(常)은 열여섯자(528㎝)의 길이를 뜻합니다. 좌구명이 역사서 ‘춘추’에 주석을 붙인 ‘춘추좌씨전’에 보면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는 데 혈안이 된 나머지 얼마 되지 않는 땅 때문에 다투는 것을 “심상(尋常)의 땅조차 다투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심상’은 아주 작은 규모를 가리킴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심상’은 짧은 길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대수롭지 않음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면서 반대의 뜻인 ‘심상치 않다’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이 말은 결국 ‘작은 일이 아니다.’ 또는 ‘대수로이 여길 일이 아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