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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파 휴머노이드, 사과 깎기 성공률 73% 달성… 로봇 손재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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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파 휴머노이드, 사과 깎기 성공률 73% 달성… 로봇 손재주 혁명

싱가포르 샤파 'MoDE-VLA' 공개… 시각·촉각 통합 제어로 정밀도 2배 향상
양손 협업 가능한 가사 로봇 시대 개막… 한국 AI 가전·로봇 업계 대응 주목
샤파는 시각·언어·촉감·힘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차세대 AI 모델 ‘MoDE-VLA’를 통해 로봇의 미세 조작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샤파는 시각·언어·촉감·힘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차세대 AI 모델 ‘MoDE-VLA’를 통해 로봇의 미세 조작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과 정밀 로보틱스 기술의 결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고유의 영역인 섬세한 양손 조작 능력을 90% 수준까지 구현하며 가사 자동화의 새로운 임계점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술 전문 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과 로봇 전문 기업 샤파(Sharpa) 공식 채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샤파는 시각·언어·촉감·힘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차세대 AI 모델 ‘MoDE-VLA’를 통해 로봇의 미세 조작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로 증명된 ‘양손 협업’… 사과 깎기 완수율 73%의 의미


로봇 공학계에서 ‘사과 껍질 벗기기’는 정형화되지 않은 물체의 곡면을 따라 칼날의 압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하기에 대단히 까다로운 공정으로 꼽힌다. 샤파가 이번에 도입한 ‘MoDE-VLA(숙련된 전문가 혼합)’ 모델은 로봇의 63개 자유도(DoF)를 동시에 제어하며 이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실험 결과, 해당 모델을 적용한 로봇은 사과 깎기 시험에서 73%의 완수율을 기록하며 기존 기술 대비 성능을 2배 이상 높였다.

이는 시각 정보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손끝에 장착된 6축 힘 센서와 촉각 피드백을 통해 물체의 미끄러짐과 저항을 밀리미터(mm) 단위로 감지해낸 결과다. 특히 정밀한 힘 조절이 필수인 전기차 충전기 삽입이나 기어 조립 등 ‘접촉 밀집형’ 작업에서도 압도적인 안정성을 입증했다.

‘아이엠코파일럿’ 탑재… 로봇 제어 패러다임의 전환


샤파의 기술 백서와 글로벌 로봇 산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번 혁신의 핵심 동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 결합에 있다.

샤파는 지난해 12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22자유도 로봇 손 ‘샤파웨이브(SharpaWave)’에 ‘아이엠코파일럿(IMCopilot)’이라 불리는 미세 기술 제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시스템은 인간이 “사과를 깎아라”와 같은 추상적인 명령을 내리면, 손가락 마디마디의 세밀한 움직임은 AI 코파일럿이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공유 자율성’ 방식을 취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데이터 수집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로봇의 학습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로봇이 스스로 복잡한 손놀림을 터득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 가전·로봇 산업에 던지는 ‘AI 촉각’ 과제


샤파의 이번 성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가전’ 생태계에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국내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이동형 로봇이나 음성 인식 가전을 넘어, 실제 주방 조리와 빨래 개기 등이 가능한 ‘물리적 가사 노동 대체’의 가능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로봇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넘어 ‘다중 감각 통합 제어(Multimodal Fusion)’ 모델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시각 중심의 AI를 넘어 촉각과 힘을 결합한 전문가 모델이 향후 서비스 로봇 시장의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센서 데이터와 행동 제어를 하나로 묶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향후 글로벌 로봇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능 집사’ 로봇 상용화 앞당겨지나


샤파의 MoDE-VLA는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느끼고 반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했다. 73%의 성공률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가정과 산업 현장에 투입 가능한 범용 로봇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하드웨어와 결합한 이 기술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그 정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로봇 시장은 단순히 ‘똑똑한 머리’를 가진 AI를 넘어, 인간의 ‘섬세한 손’을 완벽히 재현하는 기술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발 로봇 혁신이 한국의 스마트 홈 생태계와 첨단 제조 공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전 세계 산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