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내세의 긍정

석가모니 또한 소크라테스와 같은 윤회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과경(因果經)에 석가모니가 자신의 전생과 금생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이러한 윤회에서 벗어나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것이 석가모니의 도입니다.
공자의 내세관은 논어 선진편(先進篇) 제11장에 잘 나타납니다. 제자 계로(季路)가 귀신 섬기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아직 사람도 잘 섬길 수 없으니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고 대답합니다. 계로가 죽음에 대해 다시 묻자 ‘아직 삶도 잘 알지 못하니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 하고 대답합니다. 공자의 본래 직업은 유(儒), 하늘과 조상에 제사 드리는 일이었으니 기본적으로 내세를 긍정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후 세계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대답한 것입니다.
예수의 내세관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내세관이 바로 예수의 내세관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이 세상은 천국 또는 지옥 중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되는 시험장에 불과합니다. 십자가의 도를 따라 구원받은 사람들은 천국으로,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지옥으로 가게됩니다. 성경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나그네와 같으며 이 세상의 삶은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내세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육신이 죽으면 영혼 또한 소멸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4가지 방법으로 영혼의 불멸성을 논증해 냅니다. ‘영혼불멸논증’이라고 검색해보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철저한 유물론자였습니다. 당연히 육신이 죽으면 영혼은 소멸할 것이라 생각했고 내세를 믿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스승들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회의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철저하게 고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결같이 내세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내세를 부정했다면 회의감이 덜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내세를 긍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내세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