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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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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 백승훈 시인
철원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고향 포천과 잇닿아 있는 데다 군 생활 3년을 보낸 곳이라 익숙하나 마냥 친근할 수 없는 가깝고도 먼 고장이다. 직탕폭포, 승일교, 고석정, 순담계곡, 와수리, 육단리, 매월동 등 군복을 입고 있던 3년 동안 철원의 산야를 발바닥 아프게 돌아다녔다. 오죽하면 제대하면 철원 쪽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다짐했을까. 하지만 시간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햇볕 속에 된장 익어가듯 고통마저도 세월을 두고 삭히면 힘들었던 기억은 흐려지고 추억이란 당의에 싸여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시간의 물살에 씻긴 추억들은 그리움의 음표를 달고 다시 나의 소매를 그곳으로 슬쩍 끌어당긴다. 사회에 나와 시인이 되어 상허 이태준의 흔적을 찾아 문학기행을 하기도 했고, 2016년엔 DMZ 생태평화공원 개통 시엔 팸투어에 참여하여 민통선 안을 트레킹하며 군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철원에 처음 발을 들인 1980년대를 생각하면 벌써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상처는 아물었고 흉터마저도 추억의 무늬로 받아 들일만큼 마음에 도 여유가 생겼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떠날 때만 해도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방송국 시간표처럼 계획은 현지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물윗길이 시작되는 태봉 매표소에 들어서는데 차창 밖으로 언뜻 현수막을 보였다. 다름 아닌 조류인플루엔자 AI 발생으로 물윗길이 임시 봉쇄되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철원 한탄강 물윗길은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물 위를 걸으며 감상할 수 있는 길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열린다. 오래전부터 별러오던 길었는데 돌아서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다. 먼 거리에서 직탕폭포를 훔쳐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물윗길의 종점이자 새로운 길의 시작인 순담계곡에서 주상절리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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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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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 백승훈 시인

물윗길이 물 위에 부교(폰툰교)를 설치해 만든 길이라면 주상절리길은 절벽에 잔도를 설치하여 걷게 만든 길이다. 물윗길이 물 위를 걷는 기분이라면 주상절리길은 허공을 걷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2월의 끝자락이지만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큼하다. 유난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는 흰 구름은 솜털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애드벌룬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마음은 허공을 둥둥 떠가고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계곡 아래 여울엔 맑은 강물이 은빛으로 부서진다.

주상절리는 문자 그대로 기둥(柱:주) 형상(狀:상)으로 갈라진 틈(節理:절리)이다.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냉각될 때 생기는 1차 적인 구조인데 형태는 3각 기둥에서 8각 기둥까지 다양하지만 5, 6각 형이 가장 많다고 한다. 주상절리는 지질학자와 학생에게는 마그마의 종류에 따른 화산암의 산상을 학습하고, 주상절리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학습장이지만 경관 요소가 뛰어나 나와 같은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이다. 주상절리의 비밀은 지질학자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그 경이로운 자연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탄성을 자아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한탄강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자리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연장 3.6km, 폭 1.5m로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에서 절벽을 따라 절벽과 허공 사이를 걷는 잔도가 설치되어 있어 산책 삼아 걷기에 좋은 길이다.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느낌 좋은 길이지만 트레킹 중엔 취식이 금지되어 있으니 미리 배를 채우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걷는다면 멋진 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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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