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먹는 쌀도 일본의 품종을 즐겨 먹고 있으며 일본의 쌀 품종을 토대로 우리의 쌀을 변형시켜왔다. 또 식물체의 종자들은 이미 외국에 특허료를 지불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들이 편하게 마시고 있는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균주나 식초를 발효시키는 데 사용하는 균주도 일본이 이미 특허를 출원해 놓은 것이 너무 많다. 소시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식용필름도 일본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너무나 많아 모두 나열하기조차 부끄럽다.
식품 소재뿐만 아니라 식량도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로 인하여 농산물 생산국에서 과거처럼 충분한 농산물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제 정치 문제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량을 수출해 온 나라조차도 자국의 식량을 확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당연한 일이다. 식량 부족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 농촌의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농사짓는 일에 대한 노하우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과연 어떻게 이런 시련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선다.
매년 중국으로부터 김치를 수입하는 물량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양을 넘어섰다. 중국은 김치 수출을 우리보다도 더 많이 하는 나라다. 그러나 만일 중국인들이 김치를 좋아하게 되고 김치 맛을 즐기기 시작하여 우리나라로 수출할 물량이 부족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 하나하나가 무역규제와 함께 우리에게 닥친다면 우리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여 우리 것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또 이를 준비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더욱더 안타깝다. 아마도 세계 가치사슬 속에서 각 나라마다 역할분담을 서로가 인정하여왔기 때문에 그러한 일들을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일들이 조금씩 터지고 있다. 이제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많은 문제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앞날을 기획해야 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선택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도체 분야의 소재뿐만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하여 하나하나 풀어나가기에도 벅차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자기(당)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미래를 보고 국민을 위한 일들을 찾아 나서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