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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바라만 보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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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바라만 보는 금융당국

금융증권부 이도희
금융증권부 이도희
최근 난리 난 '루나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8일 코인업계와 투자자들의 근심, 걱정을 키우게 한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테라·루나 코인 가격이 99%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가 심각한 데는 이들이 '스테이블(Stable, 안정적인) 코인'으로 불려왔다는 점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따라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테라의 경우 스테이블 코인이면서 동시에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달러 등 안전자산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안전자산을 담보로 한 루나에도 연동을 해놨다. 테라 코인의 시세가 하락하자 이 영향이 루나에게까지 미쳤고, 어느 순간부터 뱅크런이 가속화되면서 두 코인은 모두 99%라는 전무후무한 수치의 하락률을 만들고 말았다.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가 연일 폭락하면서 전 세계 가상 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뒤 흔들리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가상자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들어갔다. 당국은 주요국들의 가상자산 규제 법률에 대한 제정 추이를 살피면서, 관련 법 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당국은 이번 사태 관련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감독할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조치가 불가능하다.

이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고자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부터 서두른다. 올해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국제 결제은행 등 글로벌 국가 간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 후 내년 즈음에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도 본격화 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내린 '선제적 판단'이 아닌, 소비자의 문제 제기로부터 비롯된 '대응적 조치'란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크다. 당국은 사실상 미국과 동일한 '원칙 중심의 법 체계'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원칙의 적용에 너무도 신중한 나머지 규정 중심의 구 증권거래법 체계와 다르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루나 사태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금융상품이 아니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가상자산 관련 특별법이 제정돼서 금융위가 주무부처로 지정되기 전에는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 테라·루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단독수사는 '실체적 진실' 발견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가상자산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조력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면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는 가상자산에 관련한 금융위의 전문성이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금융위가 루나 사태에 대해 검찰에 도움을 줄 수 없거나 제약을 받는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금융소비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상황은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 취지에도 상당히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당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