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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를 대하는 소니와 MS의 온도 차이, 자막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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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를 대하는 소니와 MS의 온도 차이, 자막으로 알 수 있다

베데스다 신작 '스타필드' 한국어 미지원 일파만파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파티 게임의 한국어 지원과 비교돼
"당장 돈 안 되더라도 현지화 등 신뢰 쌓아야 매출 증가할 것"


'갓오브워'

'마블스 스파이더맨'

'호라이즌 제로 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

'라스트 오브 어스'

위에 나열한 제목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를 통해 국내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PS) 게임들이다. SIEK 산하 퍼스트파티 스튜디오가 개발·출시한 작품으로 모두 대성공을 거뒀고, 그래서 PS 이용자가 아닌 일반 게이머들에게조차 친숙한 대작 타이틀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당연히 PS 용으로 개발됐다는 점이지만 또 하나, 모두 한글화해 출시했다는 점이다.

최근 '스타필드'가 콘솔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며칠 전 자체 개발 신작 등을 소개하는 '엑스박스(Xbox) 쇼케이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중 스타필드는 MS의 대표 퍼스트파티인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25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IP다. 이 게임은 1000개가 넘는 행성을 자유롭게 모험할 수 있는 방대한 세계관과 높은 자유도를 갖춰 일찌감치 엑스박스 진영을 대표할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실제 공개된 게임 영상도 한껏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중세 판타지 풍 세계관에 비해 신선함이 가득한 우주를 무대로 다양한 함선과 종족, 행성 환경은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정식 출시일도 9월 6일로 머지않은 만큼 한동안 스타필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내 그 기대감이 배신감으로 바뀌는 데는 한 시간도 채 들지 않았다. 지원 언어에 한국어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S는 국내 매체에서 한글화 가능성에 대해 묻자 "논의 단계이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부터 한글화를 시작하더라도 출시일까지 작업이 완료되기 어려운데다, 실제 지원 언어에 한국어가 빠져 있어 '한국 홀대론'의 불을 지폈다. 물론 한글화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폴아웃4',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등은 한국어를 정식 지원하지 않았지만 게이머들이 직접 방대한 대사를 번역해 공유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식 자막이 아닌 게이머들의 창작물이다.

도대체 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한국어 자막을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심지어 옆 나라인 일본은 일본어 자막과 음성 더빙까지 지원하니 국내 팬들로서는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게임 '스타필드' 지원 자막. 자료=스팀이미지 확대보기
게임 '스타필드' 지원 자막. 자료=스팀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역시 '돈이 되지 않아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굳이 비용을 들여서 한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폴아웃4'의 경우 출시 첫날 한국 판매량 비중은 0.42%에 불과했으며 베데스다의 게임은 국내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이러한 분석이 타당한 듯 보인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근 국내에서도 콘솔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SIEK가 PS3 출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면서부터 게임 타이틀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닌텐도는 또 어떤가. 닌텐도코리아도 퍼스트파티 주요 타이틀을 한글화하자 콘솔과 타이틀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출시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인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SIEK와 MS의 차이는 완전히 반대다. SIEK는 당장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먼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해 게이머에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게이머와의 신뢰가 우선돼야 매출이 증가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베데스다 게임의 자막은 9다. 또 MS의 자막은 많아야 15~16개에 그친다. 반면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게임들은 평균 지원 자막 수가 훨씬 많다. 어떤 게임은 20개 이상을 지원하기도 한다. 결국 각국의 게이머를 대하는 기본 마인드에서부터 두 회사의 시선이 엇갈리는 듯하다"고.

수 년간 고생해서 좋은 게임을 만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실망감에 베데스다 게임을 당분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게이머들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