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욕 권하고 욕 잘하는 것을 우쭐대다간 성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단어를 사이버 채팅이나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가는 빠져나갈 틈도 없이 혐의가 인정된다.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이하 통매음)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보내면 성립한다.
성범죄 중에는 경한 편이지만 2020년 개정으로 벌금액을 높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통매음 처벌이 강화되자 덩달아 통매음 헌터가 설치고 있다. 죄질로 따지면 통매음 헌터는 성범죄자 못지않다. 본인이나 여자 아이디를 가장해 채팅방을 만들고 음란한 사진을 보내게 하거나 대화를 유도한 뒤에 신고를 미끼로 합의금을 뜯어내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교묘히 악용해 신고한 접수증을 보여주며 합의금을 보내지 않으면 경찰서를 방문해 정식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 신고당한 사람은 통매음 헌터란 의심이 들어도 성범죄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곤 한다.
흔히 통매음은 랜덤채팅을 하다가 본인의 나체나 성기 사진을 보내서 발생한다.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사이버 대화 중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거나 성적 대화를 유도하다가 걸리는 일도 많다. 이런 경우는 명백히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드러난다.
그렇지만 욕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둘이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반적인 욕을 했다면 통매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모욕죄도 공연성을 요구해 성립이 안 된다.
반면, 성적 단어가 들어간 욕은 범죄가 될 수 있다. 사회 분위기나 언어 강도가 세지면서 욕도 독해졌다. 사이버상에서 성기나 성관계를 들먹인 욕은 음란한 대화로 여겨질 수 있다.
통매음으로 상담받으러 온 분들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아니다”라거나 “그 말은 상대방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때론 구체적 사실관계나 상대방 의도를 살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지만, 성적 단어가 들어간 욕을 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성적인 욕이 통매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2018년 대법원(대법원2018도9775)은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급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 했다.
일반적인 음란물 전송과 달리 화나서 한 욕인데도 성적 단어가 들어갔단 이유로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건 가혹할 수 있다. 성적 욕망이란 목적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지만 가해자보단 피해자 위주로 흘러갈 위험성이 있다. 또한 윤리적 규범 안에서 교육하고 교화할 일에 지나치게 형사법이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논란은 별론으로 하고 현행 법체계 하에서 욕을 생활화하다간 사이버상에서 본색이 드러나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필요에 의해 규제가 생기고 강도도 세진 것이다. 그동안 거친 언어나 행동을 방관한 가정과 사회가 결국 형벌이라는 가장 강한 제재를 불러왔다. 욕 권하는 사회 풍토가 변해야 한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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