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 시계가 빠르게 굴러가고 있다. 싫던 좋던 미국은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힘이 쎈 나라이다. 인류 최초의 역사서 사마천을 펴낸 역사의 아버지 사마천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당대 지구촌의 패권 국가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 대선은 한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이벤트를 넘어 세계의 질서를 좌우 할 수도 있는 중대한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미국 대선에는 한 때 지구촌의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던 괴짜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재 출마해 시작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당락은 50개 주에서 이미 대세 부동의 43개 주를 뺀 민주와 공화당의 지지가 엇비슷한 나머지 7개 주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치앞을 알기 어려운 경합주를 미국에서는 '스윙 스테이트'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swing state'로 쓴다. 'swing'이란 그네나 시계추 처럼 왔다갔다는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경합주'를 일컬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압도적 우세지역이거나 압도적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어서 선거 때마다 지지를 바꾼 부동층 주를 말한다. 민주·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오락가락한다는 뜻에서 붙은 명칭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들 스윙 스테이트에서 결정된다. 두당의 선거자금의 70∼80%가 이곳에 투입되고 있다. 오늘날 미국 대선에서의 스윙 스테이트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 등 7개 주이다.
이번 조사가 이뤄진 7개 경합주는 지난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에서도 승패를 좌우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지난 2016년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승리했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각각 자신이 승리한 대선에서 7개 주 가운데 6개주에서 상대 후보를 따돌리면서 낙승했다. 최근들어 뉴욕증시가 트럼프 당선에 훨씬 더 무게를 싣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들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뉴욕증시 인사중 가장 주목을 끄는 인물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다. 뉴욕증시에서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트럼프를 비판해왔다. 그러다가 다보스포럼에서 돌연 트럼프 칭찬으로 돌아섰다. 그는 다보스 포럼 인터뷰에서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을 일컫는 ‘마가(MAGA)’를 단순히 극성 세력이나 별종으로 치부하면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마가’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걸었던 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트럼프 대선 캠페인을 상징한다. 다이먼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매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마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바이든의 선거 캠페인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다이먼은 “ 민주당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와 똑같다는 이미지를 사용해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에 찬성하지 않는 공화당원과 ‘매가’를 갈라치기 하려는 민주당의 대선 전략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으로 인해 오히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로 결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동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트럼프와 매가가 미국 민주주의에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고 해왔다.
다이먼은 또 이례적으로 트럼프 재임 시절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한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관한 것이나 이민 문제에 대한 대처, 경제 성장에 관해서는 트럼프가 옳았다”며 “무역관세 개정과 중국에 대한 대처 문제도 (트럼프가)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말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맞는 말을 한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문제를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외교·경제 정책이 지나치게 과격한 측면은 있지만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미국 국민이 상당수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이먼은 20년 가까이 세계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끌며 월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그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걱정된다”며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줄서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힐은 "트럼프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기업 지도자들은 전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를 참을 수 없어하고 국가에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이상 비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몸을 사리는 정도를 넘어 태도를 아예 180도 바꾼 재계 대표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화당의 기부 큰손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도 지난해 11월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며 “공화당이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으나 최근에는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상황을 지켜보자" 꼬리를 내렸다. 미국 뉴욕증시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벌써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 같다. 우리도 트럼프 재등장에 대비한 플랜 B 와 플랜C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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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