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이번엔 ELS 시장을 죽일 건가요

공유
0

[데스크칼럼] 이번엔 ELS 시장을 죽일 건가요

임광복 금융부 부장
임광복 금융부 부장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도, 은행·증권사도 죽을 맛이다. 금융감독원은 서둘러 11일 분쟁조정기준을 내놨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금감원이 대표 10개 사례에서 제시한 배상비율은 0~75% 수준이다. 향후 투자자와 판매사의 자율배상에서는 0~100% 가능성을 열어놨다.

투자자들은 전액 배상을 요구하며 오는 15일 서울 새문안로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부는 판매사와 자율배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소송전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지금 홍콩 ELS 전액보상을 요구하는 투자자는 자기 투자책임 원칙을 잊고 있다.
은행, 증권사는 투자자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시기 ELS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는 등 시장에 역행했다. ELS를 한창 팔던 시기 고객손실 우려에도 내부승인 절차를 우회하는 등 판매 한도가 오히려 확대됐다. 성과평가지표(KPI)도 ELS 판매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권 사외이사들은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만 던졌다.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 것이다.

국회에서도 '은행이 ELS 판매 중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자 금융위는 제도개선 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금융투자 손실은 금융시장 사이클에 따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동안 숱한 금융사태를 겪은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비가 아쉬울 수 있지만, 앞으로도 '손실 원천봉쇄'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금융투자시장은 금융사태가 생길 때마다 손실을 배상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상품이 위축되는 나쁜 관행이 고착화돼 왔다.

공모펀드가 먼저 이 같은 금융사태의 희생양이 됐다. 라임펀드·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등 각종 금융사태 이후 금융당국 주도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공모펀드는 특성상 은행·증권사 창구에서 가입이 이뤄지는데 설명에만 1시간~1시간30분이 걸릴 정도로 강한 규제가 이뤄졌다. 판매사는 공모펀드를 팔 인력이 없고, 투자자는 긴 설명을 들을 인내심이 없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주식처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서 클릭 몇 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옮겨갔다. ETF의 경우 판매사 등 전문가 설명 의무가 없어 오히려 투자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공모펀드가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은 분산투자의 주요 선택지 중 하나를 잃었다.

DLF 사태 이후에도 금융위는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후속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은행권은 40조원 이상의 신탁 시장이 무너진다며 반대했다. 금융위는 결국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은행은 ELS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시민단체와 투자자들은 은행의 ELS 판매를 금지하라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 금융사태가 터졌다고 관련 상품 판매를 원천 봉쇄하면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돌아간다. 금융투자시장에서 투자상품의 다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투자의 이치다. 쏠림이나 몰빵 투자는 결국 대규모 손실을 불러왔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금융상품은 사이클상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폭등·폭락과 같은 이상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금융시장이 폭등할 때는 문제가 안 된다. 반대로 폭락할 때 문제가 생긴다. 투자자 손실과 불완전판매 이슈가 떠오르고 비이성적인 절규가 시장을 지배한다. 금소법과 금융당국의 대책 중 일부 내용은 시장을 위축시키고 파괴한다. 당장은 속이 후련하더라도 또 다른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투자자, 시장의 이성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