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반도체의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된 것은 회계연도 시작과 끝이 다른 반도체 회사보다 빠른 데에서 기인한다. 그런만큼 마이크론의 실적은 반도체의 미래 동향을 나타내주는 풍향계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2024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실적을 발표했다. 이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마이크론 매출은 58억 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36억 9000만달러보다 58% 늘어난 액수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회계연도 2분기엔 23억달러(약 3조 1000억원) 순손실을 냈으나 올해는 7억 9300만달러(약 1조 1000억원) 순익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이 같은 훈풍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3분기에 2분기보다 많은 66억달러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핵심 제품 가격이 올해 내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인상적인 실적과 전망은 생성형 AI 모멘텀이 D램과 HBM 공급업체의 중요한 성장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엔비디아 최신 칩인 H200에 납품하고 있는 HBM3E(24GB 8단) 실물을 전시했다. 마이크론은 또 2024 회계연도에 HBM 제품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HBM의 생산량 대부분이 이미 판매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1978년에 워드 파킨슨, 조 파킨슨, 데니스 윌슨, 더그 피트먼이 아이다호주 보이시에서 공동으로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지역 아이호 사업가 톰 니콜슨, 알렌 노블, 론 양키가 투자하였다. 감자 사업으로 부를 쌓은 아이다호 주의 억만장자 J. R. 심플롯(J. R. Simplot)도 거액의 자본금을 댔다. 1981년에 첫 번째 웨이퍼 제조설비 ("팹 1")를 완성했다. 마이크론은 64킬로비트 디램칩을 생산하였다. 두 번째 "팹"은 1984년 후반에 완공되어 256킬로비트 디램칩을 생산하였다. 마이크론은 저비용 제조에 집중했기 때문에, 마이크론은 많은 경쟁사가 산업을 폐쇄하던 디램 시장의 폭락에서 생존하였다.
1983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NEC,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등의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 저가공세식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면서, 덤핑에 견디지 못한 수많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 당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기업은 인텔이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반덤핑 상계 관세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서 적극 개입함으로써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이었던 마이크론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1985년에 발생했다. 당시에 일본산 덤핑 수입의 주장이 발생되자 디램가격이 폭락하였고 디램의 발명기업 인텔이 디램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마이크론은 미국 기업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1998년에 경쟁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햇다. 2001년에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였다. 1994년에, 설립자 조 파키슨은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났다. 최고경영자 스티브 애틀턴이 후임자가 되었으나 2012년 2월 3일 비행기 조종 중에 사고로 사망 후 COO인 마크 더칸이 CEO가 되었다.
2007년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거치면서 일본 최후의 DRAM 제조 기업이었던 엘피다 메모리가 4천억엔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파산하자, 이를 2천억엔에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엘피다 메모리는 이후 마이크론 메모리 재팬이라는 마이크론의 자회사가 됐으며, DRAM 생산 공장은 히로시마, 설계센터는 카나가와현의 사가미하라시에 위치해있다. 이렇게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불안정한 DRAM 시장환경을 견뎌내고 삼성 - SK하이닉스와 더불어 빅3로 남을 수 있었다.
2001년에, 컴퓨터 제조와 인터넷 사업부는 분리되었다. 인터넷 사업부는 매각되어서 웹닷컴으로 기업이름을 변경한 인터랜드 사와 합병되었고, 모든 부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관계가 끊어졌다. 컴퓨터 제조 운영부서는 골 테크놀로지 그룹에 매각되었다. 매각된 컴퓨터 제조 부서는 마이크론PC에서 "MPC 컴퓨터"로 브랜드를 변경하였으며, (공식적으로 하이퍼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사로 불리는) MPC의 자회사 MPC 컴퓨터는 남파의 외각에서 운영되었다. 2008년 MPC는 파산신청을 하고 폐업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지금 반도체 업계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 엔비디아를 향해 구애를 펼치는 동시에 초격차 기술 확보와 적기 투자에 실기하지 않기 위한 두뇌 싸움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GTC 2024'에서 기존 제품보다 최대 30배 성능을 내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을 선보이며 AI 반도체 왕좌 굳히기에 나선 상태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의 학습과 추론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칩에 다수의 고성능 HBM이 탑재될 예정인 만큼 메모리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SK하이닉스가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맹추격하며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3사 모두 'GTC 2024'에 마련된 부스에서 5세대 HBM인 HBM3E를 전면에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GTC 2024' 개막에 맞춰 HBM3E 8단 신제품을 본격 양산해 가장 먼저 고객사(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전시에서는 현재 제품화 단계인 HBM3E 12단 실물을 공개하고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단을 쌓은 36기가바이트(GB) HBM3E를 처음 공개했고, 마이크론 역시 8단 HBM3E 제품을 전시했다. HBM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은 지난 20일 2024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실적 발표를 통해 "HBM3E로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2025년 HBM 생산량 대부분도 이미 판매 계약이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메모리 3사의 HBM 생산능력(캐파)과 안정적인 수율 확보도 HBM 경쟁에서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AI반도체 기업 열전 글 싣는 순서
⑫ 마이크론 (Micron)… 카나리아 풍향계
⑪ 오라클 (Oracle)… 엔비디아 GPU 동맹
⑩ ASML …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독점 [SNS배포]
⑨ 브로드컴(Broadcom)… 데이터 네트워크 원조
⑧ 델(Dell)… 엔비디아 "GPU 서버" 제작
⑦ AMD … 엔비디아 앞선 GPU 원조
⑥ 마이크론(MICRON) HBM3E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김대호
⑤ 저커버그 메타(META) 대규모 언어모델 라마(LLaMA)
④ 모리스 창 TSMC…엔비디아 GPU 공장
③ 슈퍼마이크로(SMCI) GPU 서버
② 올트먼 오픈AI… 생성형 챗GPT
① 엔비디아 (NVIDIA) …젠슨 황 GPU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