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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딩크족'의 '앨리스족' 전락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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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딩크족'의 '앨리스족' 전락을 막아라

딩크족 증가는 한국 저출산 기폭제, 앨리스족 되면 국가 소멸 위기 가속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라이프스타일이 한국으로 그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욜로(YOLO)족과 딩크(DINK)족이 한국에서도 생겨나더니 급기야 한국은 초저출산으로 국가 소멸 위기를 맞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에서 새로 등장한 앨리스(ALICE)족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현재 자기 행복을 가장 중시하 사람들이다. 이들은 행복에 방해가 된다면 결혼도 포기한다. DINK 'Double Income No Kids'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결혼은 하되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다.
ALICE는 ‘Asset-Limited, Income-Constrained, and Employed’의 머리글자를 딴 조어다.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에 고금리·고물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돈을 벌고는 있지만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앨리스족이다. 이들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정도로 극빈층이 아니지만, 주거비와 의료비 등 필수 생활비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미국인 중 현재 앨리스족이 전국 평균으로 29%에 달한다. BI는 16~25세 Z세대36%,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의 24%,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상 연령층의 39%가 앨리스족이라고 전했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80% 이상은 앨리스족 기준을 넘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단 부모 가정 중 엄마만 있는 가정은 35%, 아빠만 있는 가정은 36%가 앨리스족이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딩크족이 앨리스족으로 바뀌고 있는 게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자녀가 없이 맞벌이하는 딩크족이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생활고에 짓눌리고 있다. 그 핵심 이유는 자녀가 없으면 세금공제 혜택을 비롯해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자녀가 없는 앨리스족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가장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이들이 장기적으로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25~39세 맞벌이 부부의 36%가 딩크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 10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구주가 25∼39세인 청년층 기혼 가구 중 27.1%는 무자녀 부부였다. 청년층 무자녀 부부의 비중은 지난 2013년 22.2%에서 10년 새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25∼39세 청년층 맞벌이 부부의 무자녀 부부 비중은 21.0%에서 36.3%로 10년 사이에 무려 15.3%포인트 늘었다. 이 보고서는 주거 불안정성이 무자녀 부부의 출산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무자녀 부부의 자가 보유 비중은 2022년 기준 34.6%로, 유자녀 부부 52.0%에 비해 낮았다.

미국에서도 젊은 층이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집을 사기가 어려운데다 월세마저 치솟고 있다. 미 언론매체 복스는 가계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월세로 내는 가구 수가 2200만 가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CNN 비즈니스는 미국의 22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여섯 자리(약 1억3500만원) 이상 연봉이 아니면 중간치 주택(약 40만 달러, 5억4000만원)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미국처럼 한국의 딩크족이 앨리스족으로 전락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앨리스족의 증가를 막으려면 최우선 과제가 주거난 해소다. 저출산 대책의 출발점도 이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