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퀘어디자인 고객서비스팀 최준원 팀장
이미지 확대보기견적서 한 장, 자재 표기 한 줄이 만들어내는 정보 비대칭이다. 지난 십수년간 수천 건의 사후관리 현장을 직접 밟으며, 시공이 끝난 뒤에야 드러나는 문제들의 뿌리가 대부분 착공 이전에 심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목격해 왔다. 이 글은 그 현장 기록에서 출발한다.
가장 흔한 사례부터 짚겠다. 건물 창호 내부에 저렴한 단열 필름을 시공하는 관행이다. 복사열 차단을 이유로 창호 안쪽에 필름을 부착하는 사례가 많다.
열 흡수율이 높은 저가 필름을 내부에 붙이면 유리 사이 공기층이 팽창하면서 유리 파손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특히 겨울철에는 내외부 온도 차가 최대로 커져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원칙적으로 외부 시공이 맞고, 내부에 설치하려면 고가의 반사 필름을 써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는 이 차이를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은 채 내부 시공을 진행한다.
둘째는 벽 패브릭 아트보드다.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방음과 흡음을 위해 흡음재 위에 패브릭을 감아 시공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합판이나 MDF에 패브릭만 감아놓고 '아트보드'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방음·흡음 효과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패브릭이 울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액 차이는 상당한데 외관만으론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확인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손으로 눌러보면 된다. 폭신한 느낌 대신 딱딱하거나 나무판을 치는 감촉이 느껴진다면, 흡음재 없이 시공된 것이다.
셋째는 금속 자재의 표기 문제다. 견적서에 'STS304' 또는 'SUS304'라고 적혀 있어도, 갈바(G/A) 강판에 시트지를 씌운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
STS는 한국표준규격(KS), SUS는 일본공업규격(JIS) 표기인데 둘 다 스테인리스스틸을 뜻한다. 표면 등급에 따라 헤어라인(H/L), 폴리싱(P/L), 슈퍼미러(MR) 등으로 나뉜다. 등급 간 가격 차이는 수 배에 이른다.
갈바를 도장한 뒤 고가의 블랙 STS로 견적을 제출하거나, 폴리싱과 슈퍼미러를 구분하지 않고 'MR'로만 표기해 단가를 부풀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갈바 자체는 내구성이 좋고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훌륭한 자재다. 그러나 이를 스테인리스로 둔갑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런 악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공이 끝나면 관리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상업용 인테리어 업계에서 준공 이후의 사후관리를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곳은 드물다.
고객이 하자를 발견해도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시공사는 이미 다음 현장으로 이동한 뒤다. 사후에 자재를 검증하려 해도 전문 지식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앞서 나열한 세 가지 함정은 개별 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사후 검증이 없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산물이다.
우리 알스퀘어디자인은 이 구조를 정면으로 바꾸기 위해 12명 규모의 전담 CS 조직을 독립 운영하고 있다. 모니터링 접수에서 현장 방문, 조치, 결과 확인, 데이터 기록까지 인바운드·아웃바운드·현장소장의 3트랙 체계로 관리한다.
하자가 접수되기 전에 먼저 고객사를 방문해 점검하는 아웃바운드 체계가 핵심이다. 테이블이나 선반의 잘못된 시공으로 내려앉는 문제, 벽면 균열, 배수펌프 누수, 공조설비 오류 등을 미리 발견하고 고객사에 상세히 설명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이 조직의 역할이다. 지난 3년간 누적된 점검·대응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주목할 것은 시간에 따른 만족도 변화다. 2025년 기준, 준공 1개월 이내 고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6점이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4.73점으로 올랐다. 통상 시간이 지나면 하자가 드러나고 불만이 쌓이게 마련인데, 오히려 만족도가 상승했다. 여기에 CS팀이 건별로 관리한 대응 만족도는 298건 기준 4.98점을 기록했다.
이 세 가지 수치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곡선이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족도가 올라가는 우상향 곡선. 이 역설적 궤적이야말로 선제적 점검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직관적인 증거다.
현장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속도다. 접수 후 평균 1.5일 이내 현장 방문, 1.7일 이내 조치 완료. 업체 사정이나 자재 수급, 고객 지정일 같은 외부 변수를 제외한 순수 대응 시간이다. 이 모든 과정은 접수일, 방문일, 처리일, 조치 내용까지 빠짐없이 데이터로 기록되어 고객사에 투명하게 공유된다.
하자보증기간이 끝난 뒤에도 고객의 시설관리가 끊기지 않도록 연간 단위의 유지·보수 구독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우리가 축적해온 데이터는 단순한 CS 지표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설계가 하자를 유발하고, 어떤 시공 방식이 취약한지를 역추적하는 거울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견적서의 함정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답은 결국 '준공 이후'에 있다. 시공 품질을 사후에 검증하고, 그 기록을 축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장이 되어야 정보 비대칭이 줄어든다.
단열 필름의 등급도, 아트보드의 내부 구조도, 금속 표기의 진위도 결국 사후관리 데이터가 축적되는 현장에서 비로소 밝혀진다. 우리는 1만 건의 현장 기록으로 그 가능성을 먼저 증명했을 뿐이다.
이제 이 기준이 한 회사의 경쟁력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 공사가 끝나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 되어야 한다.



















![[유럽증시] 주요국 증시 혼조세...영국 FTSE 지수 0.5% 소폭 상승](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4022117121705913edf69f862c591815023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