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모임과 부녀회도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지탄받고 있다.
재테크 유튜버나 부동산 전문가들 중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을 정확하게 예측한 이는 없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움직인다는 건 난센스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전가의 보도인 양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토허제 지정 구역인 잠실·청담·대치·삼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서 신고가가 기록되면서 토허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에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토허제 확대 여론이 비등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애초 토허제는 개발예정지 투기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주택거래를 규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9일 주택공급 확대 관련 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도 주택값 상승을 막는 수단으로 토허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토허제 시행 구역으로 예상되는 반포동의 경우 최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한다. 토허제 시행 소문에 갭투자자들이 더 몰리고 있는 것이다. 토허제 확대론이 오히려 시장을 자극한 셈이 됐다.
지난 정부가 정권을 빼앗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부동산 정책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을 이념적으로 접근해 노무현 정권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소득 환수와 조세 강화에만 집중해 정작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유독 부동산 정책에서 과거의 교훈을 얻지 못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 규제 정책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그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비판과 개방을 통해 발전하는 열린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다시 닫힌 시장으로 향하는 듯하다. 포퍼의 경고처럼 폐쇄적인 시스템은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혁신을 저해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가격 신호를 왜곡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한국 부동산 정책은 유독 닫힌 사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의 반작용은 비례한다. 이제 부동산을 주식과 채권처럼 자산시장의 한 요소로 인정할 때가 됐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헤어질 결심을 할 때다.
강헌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emos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