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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전과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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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전과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초대형 국가 인프라 건설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사업이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공사 기간 이견으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건설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난이도와 규모, 해상 환경, 기술적 리스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때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84개월 내 완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최소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국토교통부는 2029년 12월 개항 목표를 고수하며 현대건설에 입찰공고 기준(84개월)에 맞춰 설계를 보완하라고 요구했으나 현대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국토교통부는 기술적 타당성 분석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재입찰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사업 정상화와 일정 지연 최소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사업은 재입찰 등 행정 절차로 인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해졌다.

애당초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 시기는 기본계획에서 오는 2035년 개항이 목표로 정해졌다.

하지만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과 맞물리며 엑스포 개최에 맞춰 신공항을 개항하려는 정치적 일정과 지역 여론에 따라 지난 2023년 12월 정부가 고시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에서 기존 계획보다 5년 빠른 2029년 말 개항이 공식화됐다.

기술적·공학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지역사회 여론에 따라 개항 시기가 2029년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 방파제 시공 순서 조정, 기상 악화(태풍 등) 등 현장 특수성을 반영해 공사 추가 기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아 기술적 타당성과 현실적 일정에 기반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일정은 오히려 공사비 증가, 사고 발생 우려, 품질 저하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고, 장기적 측면에서 안전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국가적 신뢰와 미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법적·행정적 제약(국가계약법령)과 입찰공고의 신뢰성, 정책 일정 준수 등을 이유로 현대건설의 공사 기간 연장이라는 기본설계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설계변경을 거부했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재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프로젝트의 완공 시기는 목표였던 오는 2029년 말 개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재입찰 과정에서는 입찰공고, 현장설명회, 약 6개월이 소요되는 기본설계 등 행정 절차가 다시 진행돼야 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네 차례나 유찰된 전례가 있고 사업 난도가 높아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재입찰 절차와 새로운 사업자 선정 그리고 현실적인 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가덕도 신공항의 완공과 개항은 처음 기본계획이었던 오는 2035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안전과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사고를 봐도 그렇고, 공항 관련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겨서 공항을 건설하기보다는 다양한 안전 요소들을 고려한 설계와 시공이 필요해 보인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일정은 단순히 일정 지연을 넘어 전체 사업의 안전성과 품질, 성공 가능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 건설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이 완성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