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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에 친서, 남한에 청구서를 보내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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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에 친서, 남한에 청구서를 보내는 트럼프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한을 "큰 핵 국가"로 지칭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변화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김정은과 대화를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외신들은 이를 미북 간 비공식 접촉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한다. 트럼프는 6.25 전쟁을 함께한 혈맹 남한을 외면하고 독자적 북미 외교를 하는 것일까? 속셈이 궁금하다.

미국 대북 정책이 변화한 이유


미국의 정책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미 간 대북 접근법이 엇갈릴 경우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들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거나, 대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미 관계의 균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 북미 간 접촉이 실질적인 협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치적 꼼수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은 국제적 고립을 피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남한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휴전의 압박을 피하는 동시에 남북 공동 발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휴전보다 종전을 통해 적대감을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방위비 정책 및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대만과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한국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외교적 자율성을 키우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독단적인 패싱을 대비하는 전략적 사고다. 또한, 남북 문제를 동북아시아 및 미·중 관계의 경제적·군사적 요소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의 북한 핵 보유국 인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큰 핵 국가를 이끄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지속해 왔으며, 이번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북 간 물밑 접촉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보거나, 북·중 협력 강화에 대한 견제 발언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압박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필요성이 낮아진 만큼, 미국이 먼저 대화의 문을 두드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실질적으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대북 정책의 역사에 패싱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큰 핵 국가를 이끄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인지, 미북 간 물밑 접촉의 신호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해 왔다. '러브레터'라고 불린 친서 외교가 대표적이다. 그는 임기 중 세 차례나 김정은과 직접 만났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 친서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질 때, 한국에는 방위비 증액이라는 청구서를 보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맹을 강화하기보다는 경제적 부담만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트럼프의 대북 접근법이 변화하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대신 오히려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의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북한을 완전히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밀어버리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한국이 완전히 배제된 적은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한미 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핵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개입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한 미북 정상회담까지, 미국의 대북 정책은 늘 한국과 함께 움직여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방위비 증액 요구는 한국이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구축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한국 방위비 부담 확대 행보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한국의 대북 및 대중 위협 인식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이 자율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너무 오래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시키고자 한다. 한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적인 외교 노선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있다.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역학 관계 속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예측하기보다는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을 고려하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은 독자적 외교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