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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하나는 천상천하에 가장 존귀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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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하나는 천상천하에 가장 존귀한 존재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39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하나는 없는 데서 시작되고 시작된 하나는 셋으로 나누어졌으나 근본은 다함이 없는 데에(道) 있다. 하늘은 하나에서 처음으로 생겨났고, 땅은 하나에서 두 번째로 생겨났으며, 사람은 하나에서 세 번째로 생겨났거니와 하나에서 만물이 퍼져나갔다. 이 논리는 한민족의 위대한 경서 '천부경'의 일부 내용이다.

그런데 노자는 하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에 하나를 얻은 것이 있었으니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아졌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편안해졌으며 신도 하나를 얻어 신령해졌다. 골짜기도 하나를 얻어 가득 차고 만물도 하나를 얻어 생겨났으며 제후와 왕도 하나를 얻어서 천하가 안정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옛날은 천지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이다. 그리고 하나를 얻었다 함은 도에서 생겨난 첫 존재를 의미한다. 하나를 얻어서 하늘이 맑아졌다는 것은 하늘의 본모습은 맑다는 뜻이다. 땅의 탁한 기운이나 구름과 안개 따위가 하늘을 가렸을 때 맑지 않아 보일 뿐이다. 땅이 편안해졌다는 것은 땅의 본 모습 편안하다는 뜻이다. 인간이 피 흘려 싸우고 자연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만물이 제 자리에서 편안하였다.

신이 하나를 얻어서 신령해졌다는 것은 신은 영(靈)이고 영은 본래부터 신기하고 영묘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천지 만물은 도로부터 현묘한 덕으로 탄생한 하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그 본질은 맑고 깨끗하며 평안하고 신령하였다. 따라서 제후와 왕도 하나의 덕으로 세워졌으므로 마땅히 천하가 평화롭게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노자는 하나에서 비롯된 것들이 본질에서 벗어나 혼란에 빠져서 재앙을 발발한다며 경고의 말을 남겼다. 그것(하늘 땅 신 골짜기 제후와 왕)은 모두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니 하늘이 맑지 못하면 찢어질 테니 두렵고, 장차 신이 없어지면 신령한 영기(靈氣)가 없어지니 두렵고, 골짜기가 가득 차지 못하면 만물이 사라질 테니 두렵고, 제후와 왕이 곧지 못하면 귀하고 높음이 없어질 테니 두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이어 말했다. 그러므로 귀한 것은 천한 것을 바탕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에 제후와 왕은 스스로를 외롭고 부족하다 하여 과인(寡人)이라 하고, 자신을 낮추어 불곡(不穀)이라 하였다. 따라서 천한 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살펴보면 명예는 명예가 없는 것이니, 아름다운 옥구슬로 치장하는 욕심을 내지 말고 굴러다니는 조약돌 같은 것으로 치장해야 한다.

과인(寡人)은 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자신은 덕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마음으로 숙여 한 말이다. 특히 불곡(不穀)은 왕 자신의 신분이 지극히 귀하면서도 천하다고 지극히 겸손하게 낮추어 귀하지 않다고 자칭한 뜻이 내포돼있다. 왕은 더없이 높고 귀한 신분이다. 그러함에도 자신을 가장 천한 신분이라 낮추는 것은, 가장 높은 것은 가장 낮은 곳이 바탕이 되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처럼 가장 귀하고 높음을 가장 낮고 천한 것을 바탕으로 삼지 않으면 귀하고 높음은 모래성과 같아서 천하가 질서를 잃고 무너질 테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명예가 없는 것을 바탕으로 지극한 명예가 있거니와 쓸모없는 돌멩이가 있기에 옥구슬이 귀하게 여겨진 것과 같다.

전체적인 뜻은 스스로가 높은 신분이라도 낮은 신분을 귀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천하가 평등하게 편안해져서 두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치 연꽃이 더러운 진흙에 내린 뿌리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과 같아서, 두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꽃이 진흙에 묻히면 꽃이 썩고 피지도 못할 테니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붓다처럼 귀한 사람도 귀하게, 천한 사람도 귀하게 대한 인류 평등사상을 기술한 구절이다. 그러나 노자와 동시대 인물이면서 성인이라 지극히 존중받는 공자가 천한 신분과 귀한 신분을 엄격하게 구분 지어 기술한 유학과 사뭇 다른 보편적 평등사상이라 할 것이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