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44장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천민인 데다 성질도 난폭하고 잔인해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욕하고 비웃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야밤에 칼을 들고 자신을 비웃고 욕한 사람들 30여 명을 무참하게 죽이고 위나라로 도망갔다. 그리고 출세를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병법에 통달한 그는 위나라에서 명성이 높았다. 그 사실을 안 위나라 왕이 그를 정중하게 초빙해 대장군에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를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란 약점을 알아내고 언제든 위나라를 배신할 것이라고 모함했다. 그 당시 위나라는 제나라와 대립하는 사이여서 왕이 대장군 임명을 주저했다. 그러자 오기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단칼에 목을 베어 죽이고 피가 뚝뚝 흐르는 아내의 목을 들고 왕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왕은 크게 감복해 그를 대장군에 임명했다.
대장군이 된 그는 병사와 숙식을 함께하는 등 부하들에게 부모처럼 헌신하는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어느 병사가 몸에 종기가 나서 앓아눕자 직접 입으로 피고름을 빨아내 치료해 주기도 하였다. 이를 본 병사들은 감복하여 그를 위해서는 목숨도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후일 천하를 통일한 강대국 진나라와 싸워 성을 다섯 개나 빼앗을 정도로 전술도 뛰어났지만, 특히 병사들이 용감했다. 하지만 출세와 권력에 눈이 먼 그를 시기하는 신하들이 그를 모함해 죽이려 하였다. 오기는 위험을 느끼고 다시 초나라로 망명했다. 하지만 초나라에서도 출세를 위해 음모를 꾸미다가 신하들의 무수한 화살을 맞고 비참하게 죽었다.
그런데 전설 같은 실화 하나가 있다. 그 당시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죽음에서 깨어난 뒤 무녀(巫女)가 되었는데, 사후에 무자비한 그 부자를 저승에서 보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그 부자는 굶주려서 뼈만 앙상히 남은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매일 밤 그 부자가 꿈에 나타나 자신을 위해 천도재(薦度齋)를 지내 달라고 부탁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생전의 탐욕을 후회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그 부자로 인해 팔자에도 없는 무속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참인지 거짓인지 아니면 어떤 환상에 젖어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저승에 가서도 이어진다는 교훈을 준다.
출세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아내까지 죽인 오기, 그리고 탐욕에 이성을 잃고 돈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돼 자비를 몰랐던 어느 부자의 일생, 그들의 인과응보는 현세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노자가 말했다. 명예와 몸 어느 쪽을 사랑하고 몸과 재물 중 어느 쪽이 가치가 있는가?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쪽이 괴로운가? 너무 애착하면 크게 소모되고 많이 저장해두면 크게 잃는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 그칠 줄 알면 위태하지 않으니 귀한 것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