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이미지 확대보기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귀환과 플래그십 전략의 진화
역설이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시대,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에서 태어나 성장한 브랜드들이 수백억을 들여 오프라인 공간을 짓고 있다.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쌓아 올린 데이터와 관계를, 물리적 공간에서 완성하려는 계산된 진화다.
20년 넘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며 다양한 변화를 목격했지만, 이만큼 흥미로운 반전은 손에 꼽힌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왜 브랜드들은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는가. '체험'이라는, 디지털로는 구현할 수 없는 감각의 영역 때문이다.
온라인 토종 브랜드, 물리적 공간으로 무게중심 이동
모바일과 플랫폼이 일상화된 오늘날,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물리적 공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각적·정서적 경험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외 주요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체험경제'의 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흐름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리테일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관계망을 오프라인에서만 구현 가능한 체험으로 풀어내는 것, 바로 '피지털(Phygital: Physical+Digital)' 전략이다. 기존의 옴니채널을 넘어선, 온·오프라인이 완전히 융합된 새로운 소비 경험의 설계다.
플래그십 스토어, 브랜드 DNA를 공간으로 번역하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나아가 장기적 비전까지 공간에 담아내는 전략 거점으로 기능한다. 공간 기획은 브랜드 전략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다. 2024년 여름 서울 북촌에 문을 연 '오프하우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축한 콘텐츠를 250평 규모의 체험형 공간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북촌이라는 입지 선택은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에 녹여내는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하는 이야기와 공명하는 장소를 선택한 것이다.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리끌로우는 명동 한복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했다. 판매를 넘어 업사이클링 철학을 전달하고, '체험–촬영–공유'가 이어지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글로벌 관광객과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교차 분석한 입지 전략은 지속가능 패션의 스토리텔링을 공간으로 구현한 사례다.
무신사와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도 주목할 만하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8월 서울 한남동에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460평 규모의 스토어를 오픈했다. 기존 홍대·강남 등 로드 숍을 넘어 단독 건물을 활용한 통상 전략으로 브랜드 존재감을 극대화한 사례다. 젠틀몬스터는 국내외에서 플래그십 공간을 브랜드 메시지를 표현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해왔다.
데이터가 만든 새로운 공식, 감각이 아닌 과학
플래그십 입지의 성공 여부는 더 이상 '감각'이나 '운'의 영역이 아니다. 브랜드 타깃의 라이프스타일 패턴, 상권별 소비 트렌드, 임대료 대비 매출 시뮬레이션, 경쟁 브랜드 밀집도 등 복합적 데이터를 종합해야 최적의 입지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점포를 소개하는 중개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입지 큐레이션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플래그십은 중장기 성장전략과 직결되는 투자다. 입지 분석부터 오픈 준비까지 브랜드가 원하는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좋은 자리'의 기준이 명확했다. 유동 인구, 접근성, 임대료.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마다 정의하는 '좋은 자리'가 다르다. 대중교통 접근성보다 SNS 확산력이 중요한 브랜드가 있고, 유동 인구보다 타깃 고객의 밀집도가 핵심인 브랜드가 있다. 이런 세밀한 분석 없이는 플래그십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
오프라인 귀환, 장기 전략이다
오늘의집, 푸글렌, 리끌로우를 비롯해 최근 글로벌 F&B, 패션, 라이프스타일 기업들도 서울 주요 상권에 전략적 거점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알스퀘어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단기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 생태계 구축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디지털 네이티브일수록 이제는 오프라인에서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클릭은 편리함을 주지만 발걸음은 기억을 새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에 각인되려면 물리적 접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장이 증명하고 있다.
발걸음이 만드는 브랜드의 미래
디지털 홍수 속에서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클릭은 구매를 만들지만, 발걸음은 관계를 만든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이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성공의 열쇠는 '어디에' 입점하느냐가 아니라 '왜 그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와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플래그십은 화려한 공간일 뿐, 브랜드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클릭의 시대에도, 아니 클릭의 시대이기에 발걸음의 가치는 빛난다. 브랜드가 진정으로 소비자 마음에 자리 잡고 싶다면 그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피지털 시대 플래그십 스토어의 존재 이유이자 상업용 부동산이 마주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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