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제3자의 입장에서 진술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진술 역시 중요한 증거이며, 거짓된 주장에는 반드시 논리적 오류와 흠결이 내재되어 있다. 숙련된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는 진술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비약과 모순점을 분석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동시에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일 경우, 유죄 인정을 위해서는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높은 증명력이 요구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사의 결론은 결국 '기소' 또는 '불기소'로 도출될 수밖에 없으며, 어느 한쪽은 불가피하게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측이 고소인이라면 대개 불복 절차를 진행한다.
의뢰인 A의 사례는 법률이 요구하는 증명의 벽이 얼마나 높고 험난한지를 보여준다. A는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 검찰로 송치되었고, 그제서야 위기감을 느끼고 변호사를 찾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귀가를 챙기던 중이었다. 이때 여성 직원 B는 "오늘 집에 가지 않겠다"며 모텔에서 한 잔 하자고 끈질기게 제안했고, A는 B의 집요한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 의뢰인은 맥주 한 캔만 마시고 나오려 했으나, B의 노골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
성관계가 끝난 후 의뢰인이 곧장 퇴실하려 하자, 여성은 실망스러워하며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를 원했다. A는 이를 거절하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 사이 여성은 갑자기 객실을 뛰쳐나가 종적을 감추었다.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B는 "불상의 장소에서 정신을 차렸다"며 의뢰인을 준강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B의 주장에는 모순점이 많았다. 그녀는 모텔에 들어갈 때도, 나갈 때도 멀쩡한 상태였으며, 법적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라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했다. 더욱이 그녀는 A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과는 그 자체로 모순되는 말이었다. 입실과 퇴실 당시의 CCTV영상, 목격자 진술,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는 피해자 진술,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검찰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론임에도 그 과정에서 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이 사건은 의뢰인 A가 특별히 법적으로 구제 받았다기보다는, 고소인 B의 주장이 형사법이 요구하는 증명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준강간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심신상실·항거불능과 강제성 주장은 양립하기 어렵다.
형사 사건의 판단은 추측이나 감정, 분위기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범죄 구성요건은 명확한 증거와 일관된 진술로 입증되어야 하며, 그 법적 기준에 이르지 못한 주장은 결국 법정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 사건의 무죄 판결은 '정의의 승리'라기보다는, '법적 한계 내에서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며, 형사 사법은 오직 법이 허용하는 증명의 영역 안에서만 작동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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