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이미지 확대보기이 냉혹한 전장에서 서방 세계가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침묵 속에 압도적인 속도로 질주하여 이미 결승선 근처에 도달한 거인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2025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의 80%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의 70%, 그리고 풍력 터빈 제조의 60%를 장악했다. 여기에 더해 미래 에너지의 패권이라 불리는 수전해(수소 생산) 설비 용량에서도 전 세계의 70%를 선점했다. 서구 언론들은 이를 ‘과잉 생산’이라 비난하지만,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이는 명백한 ‘에너지 영토 확장’이자, 치밀하게 계산된 ‘제국 건설’의 과정이다.
중국은 도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이토록 빨리 달릴 수 있었는가?
첫째, 중국에게 에너지 전환은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선 ‘국가 생존의 제1조건’이다. 중국 지도부를 수십 년간 옥죄어 온 악몽이 있다. 바로 ‘말라카 딜레마(Malacca Dilemma)’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이 유사시 미 해군에 의해 봉쇄될 경우,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은 단 몇 주 만에 마비된다. 이를 타개할 유일한 해법은 외부에서 들여오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영토 내에서 생산 가능한 풍력, 태양광, 그리고 이를 저장할 수소 에너지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었다. 즉, 중국의 청정에너지 굴기는 환경을 위한 선의가 아니라, 미국의 포위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필사적인 안보 전략의 산물이다. ‘절박함’이 서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둘째, ‘전기차·배터리·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3양(新三樣)’ 전략과 국가 자본주의의 결합이다. 과거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중국 정부는 ‘신3양’을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지목하고 천문학적인 자원을 쏟아부었다. 서방 국가들이 정권 교체기마다 에너지 정책을 뒤집고 의회에서 예산안을 놓고 싸울 때, 중국 공산당은 ‘제14차 5개년 계획’과 같은 장기 로드맵을 통해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국영 은행은 무제한에 가까운 저리 자금을 공급했고, 지방 정부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적자는 ‘시장 선점을 위한 수업료’로 용인되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서방 경쟁사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 즉 ‘차이나 프라이스’를 에너지 분야에서도 실현해냈다. 중국산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 가격이 서방 제품의 3분의 1 수준인 것은 단순한 인건비 차이가 아니라, 이 거대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격차다.
셋째, ‘채굴부터 조립까지’ 완결된 공급망의 내재화다. 가장 무서운 점은 중국이 단순히 최종 제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아프리카와 남미, 자국 영토를 샅샅이 뒤져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채굴권을 확보했다. 나아가 이 광물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중간 단계 기술까지 독점했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의 60%, 희토류 제련의 90%가 중국 내에서 이루어진다. 경쟁국이 기술을 개발해도 소재를 구하지 못해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서방이 뒤늦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장벽을 세우려 하지만, 이미 모세혈관처럼 얽혀 있는 중국의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단기간에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은 이 완결성을 바탕으로 문제가 생기면 즉시 수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대량 생산 라인에 바로 적용하는 ‘속도의 경제’를 달성했다.
넷째, 거대한 내수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중국은 네이멍구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광활한 사막을 거대한 신재생에너지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기가와트(GW)급 태양광 단지와 그린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자국 기업들에게 실적(Track Record)을 쌓아주었다. 이렇게 내수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기술과 장비는 이제 ‘일대일로(一帶一路)’ 루트를 타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로 뻗어나가고 있다. 서방이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표준을 중국식이 장악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이 겪었던 추격을 이제 배터리와 수소 산업이 겪고 있다. 지금 당장‘민관 원팀(One Team)’을 구성하고 가동해야 한다. 기업 혼자 싸우게 두어서는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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