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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유가 쇼크, 이제는 고통 분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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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유가 쇼크, 이제는 고통 분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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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아침에 차를 집 주차장에 두고 출근한다. 영업직인 A씨는 현장 근무가 많아 거의 매일 자차로 회사를 갔다. 한 달여 전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 부담이 커진 탓이다. 회사 일로 가끔 차를 가져갈 때 주변 주유소의 기름값을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30대 여성이자 겸업 주부인 B씨는 얼마 전 집 앞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종량제 봉투를 쉽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점원에게서 "전부 팔렸다"는 답을 들었다. B씨는 스마트폰으로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중동 여파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면서 종량제 봉투를 미리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미국-이란 무력 충돌 한 달 후 우리 실생활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단순히 유가가 올라 원자재값 상승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민들이 피부로 체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부의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경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900원대를 넘어섰다. 가격상한 인상에도 시장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의 2000원 돌파 가능성은 시간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기름값이 싸다고 알려진 주유소엔 차들이 몰려들면서 주변 도로가 막힐 정도다. 일부 주유소에는 새치기 때문에 차주 간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넣으려다 앞에 끼어든 차량 운전자를 흉기로 위협한 사람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한다.

4월부터 유류 할증료가 인상된다는 항공사들의 예고에 일부 항공권 티켓 사이트에서는 사전 발권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발권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두세 배 높아진 유류 할증료 부담으로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량제 봉투 역시 서울시의 경우 지난주 판매량이 평균 판매량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서울시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하루 평균 270만 장인데, 이는 지난 3년간 평균 판매량보다 5배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에선 종량제 봉투 공급 우려마저 나오자 쓰레기를 일반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도 허용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 달 만에 서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줬는데, 이 같은 사태가 더 지속된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에 기름값 폭등에다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때일수록 에너지 절감에 국민들이 동참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차량 10부제, 기업들의 5부제 실시에 국민들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중동 사태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중동의 석유시설 파괴로 인해 한동안 에너지 대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수급 다양화 외에도 에너지 절감 운동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격언이 있다. 힘들 때일수록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다.

유인호 산업부장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