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이끄는 AI 랠리…시장 곳곳 과열 징후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뭉칫돈, 신용거래도 역대급
닷컴버블·TQQQ 급락·동학개미 열풍이 남긴 교훈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뭉칫돈, 신용거래도 역대급
닷컴버블·TQQQ 급락·동학개미 열풍이 남긴 교훈
이미지 확대보기전례를 찾기 힘든 슈퍼 사이클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AI를 '혁명'으로 보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AI 성장의 한계를 둘러싼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뜨거워지는 AI 열풍만큼이나 주식시장에 부는 광풍도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AI에 대한 기대감이 기술 발전 속도를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열 징후는 무엇보다 빚투(신용거래) 규모에서 확인된다. 올해 1월 27조원대였던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반년 만에 10조원 넘게 불어나 37조8000억원대(6월 17일 기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말에는 38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 대형주,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 역시 심상치 않다. 주식시장 과열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상장 첫날 16개 상품 합산 거래대금 10조원을 넘겼고, 상장 후 5거래일 동안에는 48조원 넘는 거래대금이 몰렸다.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은 레버리지에 대한 확신이 커질 때 가장 뜨거웠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투자자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었고,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맞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과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다른 문제였다. 나스닥은 2000년 고점 이후 2년여 동안 70% 넘게 급락했고 과도한 레버리지는 살아남지 못했다.
가깝게는 2021년 국내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됐다. 동학개미 열풍 속에서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성장주와 2차전지, 플랫폼주가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긴축 국면이 시작되자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빚을 내 투자했던 개인들은 반대매매와 손실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미국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기술주 상승에 베팅하는 대표적인 3배 레버리지 ETF인 TQQQ는 2021년 고점 대비 80% 가까운 급락을 경험했다.
AI 광풍에 국내에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변수라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반도체 시장 자체의 호황이라는 실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ChatGPT 등을 통해 AI가 세계 경제를 바꿀 혁명적 기술이라는 점을 일상 속에서 체감하고 있다.
다만 산업의 성장과 투자 수익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무리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것도 전혀 다른 얘기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투자자는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 아니라 예상이 빗나갔을 때도 버틸 수 있는 투자자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