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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6) 슈마컴(SMCI)... 고속 액체냉각 "상장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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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6) 슈마컴(SMCI)... 고속 액체냉각 "상장폐지"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6) 슈마컴(SMCI)과 고속액체 냉각: AI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히는 해결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과열로 타버리지 않도록 열을 식혀주는 해결사가 있다. 슈마컴(Super Micro Computer, Inc., 이하 SMCI)이라는 기업이다.수만 개의 AI 칩이 밤낮없이 천문학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글로벌 AI 전쟁터에서, 데이터센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도 한순간에 고물 덩어리로 변한다. 폭발적인 열과의 전쟁을 전면에서 맡아 차세대 서버 시장을 지배한 슈마컴은,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으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외줄 타기의 주인공이다.

<레고 블록처럼 서버를 찍어내는 공룡>:

1993년 대만계 미국인 찰스 리앙(Charles Liang)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창업한 슈마컴은 고성능 서버 및 스토리지 전문 기업이다. 오랜 기간 HP, 델(Dell), 레노버 등에 밀려 ‘서버 OEM계의 하청·조립업체’ 정도로 치부되던 슈마컴이 글로벌 AI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한 비결은 독보적인 '빌딩 블록 솔루션(Building Block Solutions®)' 아키텍처에 있다. 기존 서버 업체들이 고객사의 요청을 받고 맞춤형 서버를 설계·생산하는 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을 소모했던 반면, 슈마컴은 표준화된 서버 모듈 즉 메인보드, 전원 장치, 섀시 등을 레고 블록처럼 미리 수백 가지 형태로 라인업화해 두었다. 엔비디아나 AMD가 새로운 AI 가속기(GPU) 칩을 시장에 내놓으면, 슈마컴은 불과 수주 만에 해당 칩이 최적화되어 작동하는 서버 랙(Rack)을 완성해 고객사에 턴키(Turn-key)로 전달한다.시장 출시 속도(Time-to-Market)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민첩성이야말로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시 슈마컴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다.
<고속액체 냉각(DLC)>

반도체 생태계에서 슈마컴의 위치는 "실리콘 칩을 거대한 AI 계산 능력으로 전환하는 하드웨어 통합자(Integrator)"로 정의된다. 아무리 뛰어난 엔비디아의 B200, GB200 등 차세대 GPU가 개발되더라도, 이를 수십만 개 묶어서 열을 식히고 전력을 공급하는 '서버 랙'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면 AI 모델 학습은 불가능하다.특히 슈마컴이 AI 서버 시장의 주도권을 쥔 결정적 무기는 바로 데이터센터의 과열을 막는 '고속액체 냉각(Direct Liquid Cooling, DLC)' 기술이다. 기존의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팬을 돌려 공기로 열을 식혔으나, 랙당 전력 소비가 40kW~100kW를 넘어서는 차세대 AI GPU 장비에서는 공랭식 냉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찰스 리앙 회장은 업계가 "서버에 물을 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저할 때, 수년 전부터 액체 냉각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선제 투입했다.냉매 액체를 GPU 소켓 표면에 직접 순환시키는 액체 냉각 방식을 통해 데이터센터 전체 냉각 전력을 최대 40% 이상 감축시켰다. 서버 집적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AI 칩이라는 '뇌'를 만든다면, 슈마컴은 그 뇌가 타버리지 않도록 피를 돌리고 열을 식혀주는 '차세대 혈관과 뼈대'를 만드는 셈이다.

< 젠슨 황과의 동맹>
슈마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축은 찰스 리앙(Charles Liang) 슈마컴 회장과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의 관계다.두 사람은 모두 대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및 청년기에 미국으로 건너와 공학을 전공한 1세대 이민자 출신 엔지니어들이다. 엔비디아와 슈마컴은 1993년 같은 해에 설립되었다.실리콘밸리의 극초기 시절부터 두 사람은 깊은 교류를 이어왔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찰스 리앙은 엔비디아의 칩을 자사 서버 메인보드에 적극적으로 탑재해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자처했다.

이 같은 30년 신뢰 관계는 AI 시대에 들어 엄청난 무기로 작용했다. 엔비디아가 새로운 초고성능 GPU 칩셋을 아키텍처 단계에서 설계할 때, 샘플 칩을 가장 먼저 배정받아 레퍼런스 서버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바로 슈마컴이다. 공급 부족 사태(Shortage) 속에서도 슈마컴이 엔비디아의 최고급 GPU 물량을 가장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두 수장의 막역한 사적·사업적 동맹이 존재한다.오늘날 글로벌 반도체 및 AI 하드웨어 생태계는 대만계 최고경영자들의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찰스 리앙 회장 역시 이 막강한 대만계 IT 네트워크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이 인맥의 중심에는 대만 반도체의 대부라 불리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Morris Chang)이 존재한다. TSMC가 독점적인 파운드리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의 기반을 닦아놓으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Lisa Su)가 파운드리를 활용해 최첨단 GPU를 설계 및 공급한다. 그리고 이 칩들을 받아 최종적인 AI 서버 시스템과 데이터센터 랙으로 구현해 내는 역할을 찰스 리앙의 슈마컴이 맡는 구조다.이들은 정기적으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Computex)' 행사 등에 모여 결속력을 과시한다. 단일 국적 및 출신 성분을 바탕으로 한 유대감은 공급망 차질이나 차세대 제품 개발 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신속하고 유기적인 협조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더해 찰스 리앙은 자신의 친동생들인 스티브 리앙, 빌 리앙이 이끄는 에이블컴(Ablecom), 컴퓨웨어(Compuware) 등 대만 소재 외주 부품 업체들까지 인접 공급망으로 묶어두며 견고한 대만계 외곽 지원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찰스 리앙의 배우자 역시 대만 출신의 인재다. 그녀의 이름은 사라 리우(Sara Liu) 대만명으로는 대취주(邱朱劉)이다. 슈마컴의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 이사 겸 수석 부사장(Senior VP)을 맡고 있다. 993년 슈마컴이 단 5명의 인원으로 출발했을 때, 찰스 리앙이 엔지니어링과 기술 개발을 총괄했다면, 대만 정의대(Providence University) 회계학과를 졸업한 부인 사라 리우는 회계, 재무, 행정 업무 전반을 책임졌다.슈마컴의 성공 뒤에는 찰스 리앙 가문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대만에 위치한 서버 케이스 및 부품 제조사 에이블컴(Ablecom)과 컴퓨웨어(Compuware)는 찰스 리앙의 친동생들이 경영하고 있다. 이곳에 찰스 리앙 부부 역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이러한 특수관계인 중심의 공급망 구조는 비즈니스의 초창기 유연성을 제공했으나, 향후 회계 투명성 논란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상장폐지 위기>?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S&P 500 지수까지 편입되었던 슈마컴은, 불과 수개월 만에 주가가 80% 이상 폭락하며 나스닥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리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원인은 기술력이 아닌 '회계 불투명성과 지배구조 리스크'였다. 유명한 공매도 투자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슈마컴의 회계 조작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과거 2018년에도 회계 보고서 제출 지연으로 나스닥에서 한 차례 상장폐지되었다가 복귀했던 전력이 있던 터라 시장의 충격은 거셌다.

부적절한 매출 인식 및 연도별 실적 쪼개기 계상, CEO 동생들이 운영하는 대만 에이블컴(Ablecom) 등 특수관계법인과의 불투명한 내부거래 및 이익 몰아주기 그리고 과거 회계 부정으로 해고되었던 임직원의 편법 재고용 문제가 이슈였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슈마컴의 외부 감사를 맡고 있던 4대 회계법인 EY가 "회사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의 진술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전격 사임했다. 외부 감사인의 전격 사퇴는 증시에서 사실상 '회계 장부 부정'을 의미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외부 감사인의 부재로 슈마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때 연례 보고서(10-K)를 제출하지 못했다. 나스닥 규정에 따라 보고서 제출 유예기한 내에 정식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신규 감사인을 선임하여 회생 계획서를 내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기로에 섰다.상장폐지 시한을 앞두고 슈마컴은 BDO USA를 새로운 외부 감사인으로 전격 선임하고 나스닥에 정식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며 가까스로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했다.슈마컴의 잔혹사는 "기술적 초격차만으로는 금융 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명확한 교훈을 반도체 생태계에 각인시켰다. 아무리 엔비디아와의 밀월 관계가 견고하고 액체 냉각 기술이 뛰어날지라도, 투명한 지배구조와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기업 가치는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슈마컴은 여전히 액체 냉각 기반 AI 서버 시장에서 전 세계 최고의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과열을 식히는 해결사로서 위기를 넘긴 슈마컴이 지배구조 개혁을 완수하고, 단순한 하드웨어 조립자를 넘어 차세대 그린 데이터센터의 절대강자로 완벽히 재도약할 수 있을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