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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최종현의 유산과 최태원의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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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최종현의 유산과 최태원의 리더십 시험대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최종현 회장은 1929년 태어나 SK그룹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기업가였다. 형 최종건 회장이 세운 선경을 이어받아 섬유기업을 석유화학·에너지·통신 종합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기업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으로 인재 양성과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중시했다.

최종현 회장의 경영 방식은 과감한 결단과 장기적 안목으로 대표된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고가 논란에도 미래 통신 산업을 내다본 선택이었으며, SK텔레콤 성장과 그룹 사업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는 에너지 기업이 정보통신 분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 지속으로 기부하며 기업 성장의 핵심을 사람과 신기술에서 찾았다. 단순한 사업 확장보다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런 철학은 이후 SK가 에너지·통신·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 확장하는 든든한 기반이 됐다.

최종현 회장은 외환위기 상황인 1998년 폐암으로 향년 68세에 별세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사업 영역뿐 아니라, 사람을 믿고 권한을 맡기는 경영문화였다. 그는 능력 있는 인재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 선택은 SK의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그 중심에 최 회장 오른팔이던 손길승 회장이 있었다. 손 회장은 1965년 선경직물에 입사한 뒤 전략과 기획 분야에서 성장하며 최종현 회장의 핵심 참모가 됐다. 그는 단순한 보좌자가 아니라 최 회장의 생각과 방향을 이해하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경영 파트너 역할을 수행했다.

손길승 회장은 유공 인수와 한국이동통신 진출 등 SK의 중요한 변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의도를 읽고 전략 실행을 맡았다. 최종현 회장이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면 손 회장은 이를 현실적 경영 계획으로 전환한 조정자였다. 그는 SK 성장 과정의 숨은 핵심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1998년 최종현 회장 별세 당시 SK는 큰 변화기를 맞았다. 최태원 회장은 아직 젊었고 외환위기로 기업 환경도 불안했다. 이때 손길승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4촌 형제들과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과도기적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최종현 회장이 손길승을 선택한 배경에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는 단순 지시를 따르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고 회사를 위해 판단할 수 있는 인재를 원했다. 손 회장은 최 회장의 의중을 모두 읽고 실행하는 ‘코디네이터’로서 SK의 연속성을 지켜냈다.

최태원 회장은 과도기 이후 SK를 반도체와 첨단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특히 SK하이닉스 인수와 미래 산업 투자는 과감한 승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적 문제와 경영 환경 변화가 동시에 찾아오며 새로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7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최 회장은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조카이자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며,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로 해외에서 주목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재계와 정치권의 상징적 결합으로 관심을 받았다.

노소영 관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아트센터 나비를 이끌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으며,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가족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갈등을 겪었고, 2015년 최 회장의 공개 편지 이후 이혼 문제는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한국 최대 재벌가에서 벌어진 회장 부부 이혼 소송은 역대 초유의 사건으로 가족 문제를 넘어 재산 형성과 기업 지배구조 논란으로 확대됐다. 최태원 회장의 노소영 관장에 대한 9440억원 재산분할금은 SK그룹 지분과 경영권 안정성 문제까지 연결되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자산 활용 등이 거론되지만, 과거 소버린 사태처럼 외부 세력의 공격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재산 문제가 그룹 전체의 전략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필자의 관심은 최태원 회장의 참모진에 쏠린다. 최종현 회장은 사람을 믿었고, 손길승이라는 과도기 경영자를 통해 그룹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최태원 회장에게도 고민을 읽고 조율할 핵심 참모가 있는지, 위기를 도약으로 바꿀 인물의 등장이 SK의 미래를 결정할 과제로 남는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