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전을 이용한 그린수소 대량생산의 경제성을 주장하는 학계의 보고서가 잇따라 제시됐다.
이달 11일 역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에너지포커스 2019년 겨울호'에서 경일대 박진남 교수도 "자원이 부족한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대량의 그린수소를 자급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을 활용하는 방법 뿐"이라고 주장했다.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현존하는 원전 기술만으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전해로 생산하는 수소보다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그린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원자력 수소'는 현재 1㎏당 3000원 선인 '천연가스 증기개질법' 생산단가보다 비싸지만 천연가스 증기개질법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그린 수소'라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탄소세 등을 감안하면 증기개질법과 비교해도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주 교수는 가압경수로에서 생산되는 고온의 수증기를 전기분해하는 '고온 수전해' 방식을 활용하면 일반 '저온 수전해'보다 수소 생산 효율을 30%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수소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서의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에 간헐성이 약점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유력한 수단"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전해 시설은 유한한 설비수명을 갖기 때문에 간헐성이 높은 태양광, 풍력발전보다 상시가동이 가능한 원전에서 더 가치있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남 교수는 '수소생산 기술의 현황과 정책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부생수소를 비롯해 화석연료, 수전해, 바이오매스, 원자력, 생물학·광화학 등 방법을 이용한 수소생산 기술을 소개하고 차세대 원전기술로 불리는 '초고온 가스 원자로(VHTR)'를 이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린 수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물은 전기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지만 900℃까지 데워 황, 요오드 등 촉매를 추가하면 전기 없이도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VHTR은 헬륨 기체를 사용해 약 950℃까지 고온의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로로서 기존 원전과 같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황, 요오드 등 촉매를 활용한 '열화학' 공정을 통해 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이다. 다만, 900℃ 이상 고온을 견딜 수 있는 기재자 개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개발에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초고온 가스 원자로와 열화학 공정은 아직 미완성의 기술로서 기술개발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개발 시에는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연간 약 526만톤의 수소가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제시된 대로 2040년 국내 전력공급의 3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중 약 20%를 수소생산에 활용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연간 100만 톤이 채 되지 않는다.
2040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로 국내에 충당할 수 있는 양은 전체 국내 수요의 20%에 크게 못 미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수소 부족분을 호주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에 원전업계 일각에서는 원자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이 수소의 국내 자급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논란 중인 탈원전 정책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자력 학계 교수는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한 이유 중 하나는 이미 국내 발전설비용량이 충분해 더 이상 원전이 필요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공정률 10% 안팎인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약간의 설비만 추가해 수소를 생산하면 8000억 원의 매몰비용과 원전업계의 고사를 막을 뿐 아니라 경제성 갖춘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