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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자원외교' 이어 文정부 '탈원전'...공기업 '정권 리스크'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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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자원외교' 이어 文정부 '탈원전'...공기업 '정권 리스크' 재연되나

가스공사 채희봉·한수원 정재훈 사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관련 기소
'수소 B2C 기업 변신' 가스공사·'체코 원전 수주' 한수원, CEO 기소 악재에 '한숨'
'자원외교' 직격탄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닮은꼴..."공기업 경영자율성 높여야" 지적도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왼쪽)이 2020년 1월 14일(현지시간) 모잠비크를 방문해 오마르 미따 모잠비크 국영 석유가스공사(ENH) 사장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한국가스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왼쪽)이 2020년 1월 14일(현지시간) 모잠비크를 방문해 오마르 미따 모잠비크 국영 석유가스공사(ENH) 사장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한국가스공사
자원·에너지 공기업에 '탈(脫)원전 리스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지난달 30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9년 10월 국회가 경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했고,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검찰은 백운규 전 장관과 채희봉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정재훈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함으로써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핵심 관계자들을 법정에 세우게 됐다.

검찰의 기소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해 한수원으로 하여금 월성 1호기 경제성을 고의로 낮게 측정하도록 압박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고, 정 사장은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작성하고 한수원 이사회의 즉시 가동중단 의결을 이끌어 내도록 해 한수원에 약 1481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기소로 가스공사와 한수원은 기관장이 형사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향후 주요 현안사업 추진에 동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가스공사는 2019년 4월 수소산업에 총 4조 7000억 원을 오는 2030년까지 투자하는 내용의 '수소산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후 올해 하반기 로드맵을 구체화할 수소사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9월 프로농구단을 창단하는 등 B2C 기업으로 본격 변신과 대국민 스킨십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수원도 올해 말 돌입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입찰절차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 '팀 코리아' 참여사들과 체코 신규원전사업 수주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체코 원전 수주' 행보를 빠르게 옮기고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한수원이 나란히 기업과 국가에 중요한 사업 수행을 앞두고 'CEO 피소'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정재훈 사장(왼쪽 1번째)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2번째), 카렐 하블리첵 체코 부총리 겸 산업부 장관(오른쪽 2번째), 요세프 페를리크 시그마그룹 이사회 의장(오른쪽 1번째)과 함께 6월 1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산업부 청사에서 신규 원전사업을 위한 현지기업과의 협력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수원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정재훈 사장(왼쪽 1번째)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2번째), 카렐 하블리첵 체코 부총리 겸 산업부 장관(오른쪽 2번째), 요세프 페를리크 시그마그룹 이사회 의장(오른쪽 1번째)과 함께 6월 1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산업부 청사에서 신규 원전사업을 위한 현지기업과의 협력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수원


한수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도 이번 검찰 기소에 따른 후폭풍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회사인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손해를 입은 한전 민간주주들이 수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한전 민간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정부를 상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수뇌부가 정재훈 사장에 대해서만 '배임' 혐의를 적용하고, 백운규 전 장관에는 '배임 교사' 혐의를 제외한 것 아닌가 분석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스공사·한수원·한전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이 본연의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이전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으로 한국석유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주요 자원 공기업이 수년 째 재정 위기에 허덕이는 것과 닮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6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광물자원공사는 오는 9월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 출범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석유공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은 최일선에서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임에 틀림없지만, 각 공기업마다 설립법에 설립 목적과 사업 범위가 정해져 있다"며 "공기업이 경영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각 공기업에 재량과 책임을 동시에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