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매출 25% 급증하며 3,450억 위안 기록… 순이익 성장률은 0.2% 그쳐
내수 가격 경쟁 심화에 ‘내실 경영’ 전환…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승부수
내수 가격 경쟁 심화에 ‘내실 경영’ 전환…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승부수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내수 시장의 출혈 경쟁과 연구개발(R&D) 비용 상승이 발목을 잡은 결과다. 이에 지리는 공격적인 외형 확장 대신 내부 자원 통합과 해외 현지 생산을 통한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와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지리자동차의 2025년 성적표는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고단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양발로 걷기’ 전략의 명암… 매출 늘었지만 마진은 ‘박박’
지리자동차의 2025년 실적은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정체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3,450억 위안(약 64조 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크르(Zeekr)'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인 '갤럭시(Galaxy)' 시리즈의 흥행이 주효했다.
반면 순이익은 168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불과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4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폭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셈이다.
업계 내 무한 가격 경쟁에 따른 판가 하락, 유통망 확장 비용, 그리고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 확대가 이익을 갉아먹었다.
◇ 리슈푸 회장의 결단: “중복 투자 제거하고 내부 통합 집중”
지리 홀딩 그룹의 리슈푸 회장은 수십 년간 이어온 공격적인 M&A 행보를 멈추고 ‘신중한 내실 경영’을 선언했다.
리 회장은 “내부 자원의 심층 통합과 효율적인 조정을 통해 중복 투자를 단호히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여러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플랫폼 개발과 부품 조달을 통합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지리는 전기차 전환에만 매몰되지 않고 내연기관(ICE) 차량의 경쟁력도 유지하는 ‘양발 걷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초 정부 보조금 중단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할 때 내연기관 판매 호조로 BYD를 제치고 월간 판매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 무역 장벽 넘기 위해 ‘포드’와 손잡나… 글로벌 영토 확장
내수 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지리는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3분의 1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서방 국가의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리는 최근 미국 포드(Ford)와 논의를 진행, 유럽 내 포드의 여유 생산 시설을 활용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를 회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 대변인은 미국 진출이 "언제 어디서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볼보(Volvo) 공장을 전초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리는 이번 주 미국 기술 거물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해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통해 테슬라 및 중국 내 라이벌들과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 한국 자동차 산업에 주는 시사점
지리의 ‘내실 경영’ 전환과 글로벌 생산 기지 다각화는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발생하는 중복 비용을 제거하는 지리의 통합 전략은 다수의 라인업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 등에도 유효한 경영 지표가 된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에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버틴 지리의 사례는 에너지 믹스(Mix) 전략의 유연성이 생존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공장을 빌려 관세를 피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부품사들에게 새로운 공급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동시에 완성차 시장에서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