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5,589달러 사상 최고가 대비 13% 조정…월가·투자은행, 낙관론 거두지 않는 이유
중앙은행·ETF 합산 분기 수요 585t 유지 전망…하방 지지선은 '철옹성'
달러 약세·인플레이션 재점화 국면, 국내 KRX 금시장·금 ETF 유입세도 확대
중앙은행·ETF 합산 분기 수요 585t 유지 전망…하방 지지선은 '철옹성'
달러 약세·인플레이션 재점화 국면, 국내 KRX 금시장·금 ETF 유입세도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국제 금 현물 시세는 현재 온스당 4864.63달러(약 701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온스당 5589.38달러(약 837만 5100원)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여섯 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약 13% 하방 압력을 받은 결과다. CBS뉴스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이 가격 하락이 일부 투자자에게는 경계 신호로, 하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전략적 진입 기회로 해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치만 보면 낙폭이 가파르다. 그러나 시장이 이 국면을 '붕괴'가 아닌 '숨 고르기'로 읽는 데는 숫자 너머의 이유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2025년 내내 기록을 새로 썼다"…금값의 전례 없는 질주
2025년 초, 금은 온스당 2600달러(약 389만 5300원) 안팎이었다. 연간 수십 회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은 금값은 10월 처음으로 4000달러(약 599만 2800원) 선을 돌파했고, 연말에는 4300달러(약 644만 2200원) 수준에서 마감했다. 연간 상승률이 65%를 웃돈 셈이다.
2026년에도 상승 동력은 이어졌다. 관세 불확실성, 달러 약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삼각 편대를 이루며 금 가격을 5000달러(약 749만 4000원)대로 밀어 올렸고, 1월 말에는 5589.38(약 837만 5100원)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CBS뉴스는 "금이 2025년 내내 사실상 주 1회 꼴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전례 없는 급등 뒤에 차익실현 매물이 터져 나온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이 이번 13% 조정을 두고 "강세장에서도 가격은 직선으로 오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JP모건·도이체방크, "연말 6000~6300달러" 강세론 그대로
가격이 빠졌는데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목표가는 꿈쩍도 않는다. CNBC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2026년 말 목표 금값으로 온스당 6300달러(약 944만 3700원)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이체방크 역시 6000달러(약 899만 4000원) 연말 목표를 재확인했다.
매크로 투자 리서치 기업 42매크로의 다리우스 데일 창업자 겸 CEO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유동성은 증가 추세이고, 달러 전망은 약세이며, 미 국채 시장의 공급·수요 불균형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불균형이 금융억압 리스크 속에서 실물자산의 장기 투자 논리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금값은 꾸준히 더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두 개의 하방 지지선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해석하는 시각의 배경에는 두 가지 근본 요인이 버티고 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다. 물가 상승률은 고점에서 내려왔지만, 추가 하락이 멈추고 정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실질 구매력을 보존하는 자산으로 평가받아온 금의 수요 기반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는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이다.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중앙은행 연간 금 매입 규모는 755t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 고점(연간 1,000t 이상)보다는 줄었지만, 2022년 이전 장기 평균(400~500t)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앙은행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 보유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으며, 장기 보유를 원칙으로 하는 이들의 행보는 변동성 국면에 가격 급락을 막는 구조적 완충재로 작동한다.
중동 분쟁·미중 갈등…꺼지지 않는 안전자산 수요
이란 갈등을 비롯한 중동 지역 긴장, 미·중 무역 마찰 지속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는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금은 특정 국가의 신용도나 통화 정책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이 출렁일 때 포트폴리오의 방파제 역할을 맡는다.
귀금속 정보 전문 미디어 메탈스데일리의 로스 노먼 대표는 CNBC에 "금의 가격 움직임이 지금은 다소 잠잠해 보이지만, 그간의 엄청난 랠리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소화 국면"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 파급…원화 약세가 KRX 금값 하락폭 줄여
한국 투자자 시각에서도 이번 흐름은 주목할 만한 변곡점이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달러 표시 국제 금값에 원·달러 환율이 연동돼 결정된다. 최근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달러 표시 금값이 13% 하락했더라도 원화 기준 실질 하락폭은 이보다 좁혀진 상태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와 KRX 금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올 들어 꾸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고점 대비 진입 가격 부담이 낮아진 지금, 분할 매수를 검토하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 ETF는 실물 보관 비용 없이 금 가격에 연동된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고가 매입 부담을 느끼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 금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높고,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13% 싸다. 월가가 이를 "전략적 진입 구간"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러 약세,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 중동 리스크,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라는 네 가지 상승 동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한, 금의 중장기 상승 논리는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6000달러를 향한 다음 구간이 어떤 속도로 열릴지, 그 출발선에 선 것이 지금일 수 있다. 투자는 결국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