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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결산-건설] 폐업과 수주 신기록이 공존…냉탕·온탕 오간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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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결산-건설] 폐업과 수주 신기록이 공존…냉탕·온탕 오간 한해

올해 건설업계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시기를 보냈다. 해외 건설 수주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도시정비사업 수주액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정부의 중대재해 처벌 강화 기조로 하반기에는 긴장의 나날을 보냈으며 지방 미분양 주택은 또다시 늘어나 중소·중견 건설사 수백곳이 문을 닫았다. [편집자주]

지난 9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첫번째)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서울 용산구 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을 합동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첫번째)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서울 용산구 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을 합동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중대재해 처벌 강화에 진땀…사망자는 증가


올해 건설업계 최대 화두는 중대재해 처벌 강화였다. 시작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3일 포스코이앤씨의 경기도 광명시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감전 사고를 당하자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처벌)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정부는 중대재해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대해서는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건설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은 하루가 멀다가 공사 현장을 찾아가 직접 안전 점검에 나섰고 앞 다퉈 안전관리부서를 확대했다.

그러나 산재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4명(3.2%) 증가했다. 사망사고는 440건으로 지난해 3분기 보다 29건(7.1%) 늘었다.

지방 미분양 주택 증가…건설사 폐업 속출

여기에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건설업계를 힘들게 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전년 동기(6만5836가구) 대비 4.9% 증가했다. 이중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1518가구에 달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가구로 지난 2013년 1월(2만8248가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이 쌓이자 신규 분양도 줄었다. 부동산R114랩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2만112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6만8396가구)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에 건설사 실적은 하락세다. 지난 12일 대한건설협회는 올해 10월 기준 국내 건설수주액이 9조83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3%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폐업하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452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46곳)이나 2022년(261곳), 2023년(418곳)보다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187억2200만달러에 달한다.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187억2200만달러에 달한다.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해외건설 수주 10년 만에 최대…목표는 미달


이에 비해 올해 해외 건설 수주는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11월 말 기준 올해 해외 건설 수주금액은 446억956만달러다. 지난해 실적(371억달러)은 이미 넘었고 12월 실적이 더해지면 2015년(461억달러)과 비슷한 수주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적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6월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체결한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계약액이 187억2200만달러에 달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힘을 보탰다. 삼성물산은 올해 1~11월 62억9412만달러를 해외에서 수주했다. 주요 수주로는 카타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와 카타르 탄소 압축·이송설비 건설공사가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1~11월 해외에서 41억4976만달러의 일감을 수주했다. 주요 수주로는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공사가 있다.

다만 11월 누적 수주가 446억956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정한 500억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 수주 대박…현대건설 10조 돌파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도 크게 늘었다. 집값 상승으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시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활기를 띄면서 시공사 선정 입찰도 크게 증가했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 총액이 48조6655억원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27조8608억원) 대비 74.7%나 늘며 2022년(42조936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연간 수주 10조원을 돌파했다. 정확한 금액은 10조5105억원이다.

2022년 작성한 정비사업 수주 신기록(9조3395억원)을 1조원 이상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019년 이후 7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도 올해 정비사업에서 9조2388억원을 수주하며 자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3조6398억원) 대비 153.8% 늘어난 실적이다. 2023년(2조951억원)에 비해서는 340.97%나 급증했다.

또 GS건설은 올해 10개 단지에서 수주액 6조3461억원을 달성해 역대 3위 기록을 세웠고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정비사업에서 5조9623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지난 29일 조달청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공사기간은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 공사금액은 10조5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미지 확대보기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지난 29일 조달청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공사기간은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 공사금액은 10조5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멈춰선 대형 SOC사업…가덕도 신공항은 재개


올해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공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민자사업구간, GTX-C 노선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이 위기를 맞았던 해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포기를 선언했다. 현대건설은 기존 공사 기간에서 24개월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2022년 4월 발표된 추진계획에서 2035년 6월 개항으로 제시됐으나 2023년 3월 부산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앞당겨졌다.

이 공사는 공사기간과 금액이 모두 늘어난 상태로 재추진된다. 공사 기간은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 공사금액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10조5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GTX-B 노선 민자구간은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공사 담당회사들이 대거 교체되는 부침을 겪었다. 여기에 은행들이 PF 대출에도 제동을 걸면서 지난해 3월 착공식까지 열렸으나 실질적인 공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시공사들이 새로 결정되고 9월에는 대출도 성사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된 상태다. 반면 GTX-C 노선은 공사비 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 착공도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성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eird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