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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들어오면 어디로 가나”…세제 개편에 떠는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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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들어오면 어디로 가나”…세제 개편에 떠는 세입자

서울 한 부동산 중개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한 부동산 중개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보유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전월세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제 개편은 실거주자를 우대해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의 실거주 문의가 늘고 있다. 또한 보유세 증가분이 보증금이나 월세로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실거주 우대 원칙이 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확대와 단기 주택 공급 방안 등을 정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8·3 세제개편안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혜택을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부세 기본공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가 30억원짜리 주택을 10년간 보유한 60세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현재 91만원에서 2027년 318만5000원, 2028년 424만7000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조건의 실거주 1주택자는 2028년 76만원으로 줄어든다.

양도세는 2028년 거주 기간에 연 6%, 보유 기간에 연 2%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거주 기간에 대해서만 연 8%씩 최대 80%를 공제하고, 공제액 한도도 10억원으로 축소한다.

집주인으로서는 임대소득과 늘어나는 세금, 직접 입주해 받을 수 있는 종부세·양도세 혜택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인 실거주하면 세입자 갱신 요구 '무용지물'


세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 갱신 거절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은 한 차례에 한해 2년간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이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하면 결국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 학교 때문에 계속 살고 싶지만 주변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 학군이나 직장 접근성 때문에 특정 지역을 떠나기 어려운 세입자는 갑작스러운 실거주 통보를 받으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주변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까지 부족하면 보증금을 크게 올리거나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다.

전세 한 채 줄고 임차 수요 한 가구 늘어

집주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하면 해당 주택은 전월세시장에서 빠진다. 동시에 기존 세입자는 새로운 전·월셋집을 찾아야 한다. 이런 현상이 강남·서초·송파 등 학군지와 직주근접 지역에 집중되면 인접 지역의 임대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서울 대치동과 반포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직접 입주하면 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입주를 앞둔 서초구의 한 단지에서는 당초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세제 개편 전에는 임대를 놓겠다는 집주인들이 있었지만 발표 이후 실거주가 우선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주인의 실거주가 늘어나면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월세 전환까지 겹치면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종부세, 보증금·월세에 전가되나


직접 입주하기 어려운 집주인은 늘어난 세금을 임대료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보증부 월세인 반전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세입자들은 퇴거 위험뿐 아니라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 월세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임대차시장은 이미 공급자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37건으로 올해 1월 1일보다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 전세 매물은 1만7745건에서 1만2344건으로 30.4%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는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보다 0.25% 올랐다. 지난 6월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전환율은 6.0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가 공급하던 전월세 물량이 빠지면 기존 세입자는 새로운 임차 수요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세제 개편의 부담이 무주택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기존 계약에 대한 경과 규정과 단기 임대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