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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⑨ 오너 리스크에 속수 무책인 대기업…혁신 방안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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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⑨ 오너 리스크에 속수 무책인 대기업…혁신 방안 강구해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액수가 현금 2조원으로 높여지면서 주목되고 있다. 사진=SK그룹이미지 확대보기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액수가 현금 2조원으로 높여지면서 주목되고 있다. 사진=SK그룹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대부분 오너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오너가가 사법 리스크 등에 처하게 되면 곧바로 커다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삼성그룹, SK그룹, CJ그룹, 한국타이어그룹, 에코프로그룹 등 국내 저명 기업들의 총수들은 한때 구속됐거나 구속중이어서 사법 리스크를 맞기도 했고 크고 작은 오너 리스크에 휘말려 주가 또한 널뛰기 장세를 보이곤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2심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1조원대에서 현금 2조원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노 관장은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의 형태도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위자료 요구액도 증액시키면서 SK그룹이 본격적인 오너 리스크에 처할 위기를 맞게됐다.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에서 SK 주식보다는 고정된 액수인 현금 2조원을 선택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여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최태원 회장이 이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팔 경우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노 관장이 당초 이혼 소송에서 SK주식을 요구하다 현금 2조원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최 회장에게는 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이혼 소송 관련 재판이 본격적인 오너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항소 취지를 변경하자 대리인을 추가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최 회장은 김희영 이사장 위자료 소송을 맡은 노재호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2명을 새로 선임해 변호사 7명으로 대응에 나섰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이 최 회장 측 변호인 추가 선임 이후 예정된 변론이 연기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이 고의로 재판지연을 꾀하고 있다며 신속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최 회장 측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노 관장 측은 "SK의 이번 변호사 선임은 1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보유한 김앤장을 동원해 재벌의 금권을 앞세운 농단"이라며 "재계 2위의 SK그룹의 총수로서 해서는 안 될 법과 사회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SK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 쇼핑은 피고(노 관장)가 한 행동"이라며 "피고의 주장은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기반한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법적분쟁이 극한으로 내달릴수록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SK 주가는 노 관장의 현금 2조원 재산 분할 요구가 알려진 10일부터 이틀째 하락세를 보였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처한바 있다.

이재현 회장은 500억원대의 탈세와 700억원대 회사자금 횡령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3년 7월 18일에 구속된 바 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 중에 신장 이식수술을 받고 2015년 8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병원에 입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12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16년 7월19일, 재상고를 포기하고 정부에 사면을 요청했고 한달 뒤 8·15 사면으로 2년6개월의 형기중 4개월을 복역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이 회장은 2017년 5월 17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사법 리스크에 놓인바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 2019년 9월 1일 액상 대마초 즉 마약을 한국으로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되었고 소변에서도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경영리더는 3일 뒤인 4일 스스로 출두하여 긴급 체포되었고 6일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된 바 있다. 이 경영리더는 재판 결과 10월 24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만7000원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을 빌미로 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에서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적지 않은 이미지 실추를 겪어야 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을 빌미로 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에서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적지 않은 이미지 실추를 겪어야 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빌미가 되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지난해 12월 적대적 M&A(인수합병) 공격을 받았고 조 회장의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의 주식매입 등으로 경영권을 방어했으나 형제간 골육상쟁이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이미지 실추를 겪어야 했다.

조현범 회장은 수년간 횡령·배임·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사익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조현범 회장에 대해 계열사 부당지원과 2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몰드 약 875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이익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조현번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2016~2017년 배당금으로 108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대표와의 친분을 앞세워 MKT의 자금을 빌려줘 회사에 130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두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중이어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기 전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팔아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 2022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사용하거나 자녀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식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가장하기까지 했으므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사후 피해 회복도 어렵다. 선의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해 수법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전 회장이 구속된 후 이 전 회장이 주요주주로 있는 데이지파트너스의 가족사 지분을 토대로 약 1000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경북 포항지역 원로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이 전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초격차 산업의 주도권 확보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이동채 전 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자”고 의견을 제시하며 이 전 회장의 신속한 형 집행 정지 등을 요구했다.

오너가의 각종 리스크로 인한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투자자 뿐만 지역경제에까지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막대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는 지나치게 오너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경영 차질과 주식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너가의 경영에는 더욱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고 오너가의 비리에 대해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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