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지갑 간 대규모 이동...단순 보유량 조정인가
서클 인수 무산과 연관 자금 확보 추측도 제기
분석가, 단기 조정 전망 속 장기 상승 여력 주시
서클 인수 무산과 연관 자금 확보 추측도 제기
분석가, 단기 조정 전망 속 장기 상승 여력 주시

XRP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리플이 하루 만에 11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XRP를 이동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궁금증과 함께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이프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 인수 추진이 보도된 직후 발생한 대규모 거래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웨일 얼럿(Whale Alert)에 따르면, 리플은 이날 단 몇 분 만에 약 5억 개의 XRP를 여러 내부 지갑으로 분산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결과, 해당 코인들은 리플의 내부 지갑에서 다른 내부 지갑으로 이동했을 뿐, 외부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의 이동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번 대규모 XRP 이동은 리플이 매달 초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에스크로(escrow) 해제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리플은 통상적으로 매월 1일에 10억 개의 XRP를 에스크로에서 해제받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해제된 코인 중 상당 부분을 다시 에스크로에 예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리플은 먼저 해제된 5억 개의 XRP를 재예치한 후, 두 차례의 추가 거래를 통해 각각 1억 7,000만 개와 3,000만 개의 XRP를 다시 잠금 처리했다. 결과적으로, 5월 에스크로 해제를 통해 확보한 10억 개의 XRP 중 총 7억 개가 다시 묶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리플의 행보는 최근 불거진 서클 인수 추진설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복수의 외신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가 서클을 40억~5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서클 측에서 제시된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리플은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RLUSD를 발행했으며, 최근 시가총액 3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만약 서클 인수가 성사됐다면, 리플은 단숨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XRP 이동은 서클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가 아니었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물론, 내부 지갑 간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매각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을 염두에 둔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리플의 대규모 XRP 이동 소식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시장 분석가 캐시트레이드(CasiTrades)는 5월이 XRP 가격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XRP가 기술적 분석상 주요 지지선 중 하나인 2.25달러 부근에서 백테스트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백테스트란, 돌파된 저항선이 지지선으로 바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하락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캐시트레이드는 XRP가 2.25달러 지지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하며, 현재 B파동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조만간 C파동이 시작돼 2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마지막 하락 구간이 강한 모멘텀을 동반할 경우 XRP 가격은 1.9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올해 초 랠리 이후 아직 재차 테스트하지 않은 가격 수준이며, 상승 추세의 주요 지지선과 피보나치 되돌림 비율 0.5 및 0.618이 겹치는 중요한 구간이다.
다만, 캐시트레이드는 단기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XRP의 전반적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위 시간대에서 XRP의 상대강도지수(RSI)가 과매도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가격 조정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이번 하락이 2.25달러를 넘어 신고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시트레이드는 XRP가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회복할 경우, 목표 가격을 2.68달러, 3달러, 그리고 그 이상으로 제시하며 강세 전망을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리플의 11억 달러 규모 XRP 이동은 서클 인수 불발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부 지갑 간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가격 급변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향후 리플의 전략 변화나 시장 상황에 따라 XRP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 속에서도 장기적인 상승 잠재력을 엿보는 분석가들의 의견 또한 참고해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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