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듈러 건축 전문기업 엔알비가 이달 하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엔알비는 11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학교 전면 리모델링과 공공주택 OSC(탈현장건설) 로드맵을 등에 업고, 고층 모듈러 기술을 기반으로 민간 공동주택, 국방시설, 호텔, 재난주택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1월, 갑작스런 강진이 포항을 덮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는 학교였다. 무너진 교실 대신 학생들은 부랴부랴 들여온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수업을 이어가야 했다. 그 열악했던 임시교실은 한국 교육 인프라의 민낯을 드러냈고, 동시에 새로운 건축 대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 현장에서 ‘이동형 학교’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태동한 기업이 엔알비다.
엔알비는 이처럼 이동형 모듈러 기술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며 성장해왔다. 2019년 설립 이후 국내 최초의 이동형 모듈러 학교를 세운 팀이 중심이 된 엔알비는 제품 개발부터 제작·유지관리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 전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라멘조(기둥-보 구조) PC 모듈러 기술은 건축물의 가변성을 높이고 공기(工期)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으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엔알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듈러 고층화 솔루션을 상용화해 국내 최고층(22층) 공공주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방식 대비 공기 단축은 물론 층간소음과 차음 성능 등에서도 높은 품질을 확보했다. 덕분에 엔알비의 매출은 2021년 72억 원에서 올해 528억 원으로 급성장했고, 수주잔고도 1,484억 원에 달한다.
강건우 엔알비 대표는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초심으로 시작해, 이제는 주거와 생활 전반으로 모듈러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자동화 대량생산 체계와 고층 모듈러 기술 고도화, 해외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OSC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 지진으로 무너졌던 교실에서 시작된 엔알비의 도전이 한국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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