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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미래 운명 다했다"…대체거래소 급부상에 거래소 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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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미래 운명 다했다"…대체거래소 급부상에 거래소 노조 반발

거래시간 연장·수수료 인하 압박…노조 반발 속 '장외 격돌'
거래소 로비에 걸린 '부고장' 형태의 현수막. 사진=김성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거래소 로비에 걸린 '부고장' 형태의 현수막. 사진=김성용 기자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주식 거래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이하 거래소 노조)는 한국거래소 로비에 대형 '부고 현수막'을 걸며 거래소가 "대표 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 시간 연장을 핵심 무기로 급성장한 넥스트레이드는 이달들어 지난25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8조5965억 원으로 한국거래소(19조 원)의 45% 수준에 도달했다. 거래량으로는 2억3965만주로 KRX의 16% 수준이다. 특히 정규 거래시간 외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에서만 전체 거래의 30.1%가 이뤄지며 '장외 시간대의 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수료도 강점이다. 증권사들이 도입한 SOR(최선집행시스템)은 동일한 가격이라면 수수료가 낮은 시장으로 주문을 자동 전송하는데, 이 점이 넥스트레이드의 빠른 점유율 확장에 기여했다.
넥스트레이드가 반년도 안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규시간 외 프리(오전 8시~8시50분)·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 활성화가 있다. 한국거래소보다 약 5시간 더 독점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한국거래소도 결국 거래 시간 연장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내부 반발이 변수다.

무섭게 쫓아오는 넥스트레이드에 한국거래소도 거래 시간 연장, 수수료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미국 주식시장도 24시간 오픈을 준비하는 등 주식 거래 시간 연장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국내 첫 대체거래소의 초기 안착을 위해 한국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 도입 검토를 늦춘 것으로 알려진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최근 로비에 내건 대형 현수막에서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 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운명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넥스트레이드에 적용될 거래 제한 규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ATS의 6개월 평균 거래량이 거래소의 15%를 넘을 경우 전체 거래가 중단되고, 개별 종목이 30%를 넘으면 해당 종목은 이틀 후 거래가 제한된다. 이달 기준으로는 이미 전체 거래와 다수 종목이 제한 기준을 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거래량 제한의 현실성을 검토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입장에서는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일 수 있지만, 거래소 측은 "공시, 상장 관리를 KRX가 맡는 종목을 ATS에서 거래만 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거래소 직원들은 현재의 경쟁 구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비용 보전도 안되는 ATS의 무임승차에 거래소 시장관리 기능은 운명했다"는 내용도 현수막에 담으며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인프라 위에서 거래 수수료만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외시간 경쟁을 맞춰놓은 뒤 거래량 규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며 "지금은 제도적 균형을 새로 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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