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이하 테라) 사기 혐의로 미국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감형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합의를 통해 사기 사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일정한 형량을 채운 후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11일(현지시각) 열린 심리에 따르면, 권씨는 사기 공모와 통신망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추가 기소 없이 12년 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검찰과의 유죄인정 조건에 따른 합의에 의한 결과다.
이에 따라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1900만 달러와 이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권씨가 유죄를 인정한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죄의 합산 최대 형량은 총 25년형이다.
여기에 더해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검찰과의 법정 합의 조건을 준수한 뒤 권씨가 국제수감자이송(international prisoner transfer) 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미국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권씨가 형기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초 권씨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며 테라 프로토콜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실제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트레이딩회사가 이 알고리즘에 개입, 인위적으로 테라 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에 대한 혐의로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에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테라가 인위적으로 달러화와의 연동을 망가뜨리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유발시켰다는 혐의다.
또 미국 검찰은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권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권씨는 최대 130년형이 결정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권씨는 지난 1월 초 미국 판사가 유죄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 자신이 받는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심리에서 담당판사인 폴 엥겔마이어 연방판사가 권씨에게 유죄인정 합의 과정과 유죄인정 결과를 알고 있냐고 묻자 권씨는 미리 준비한 법정 진술을 통해"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지르기로 합의했으며 실제 내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라고 말했다.
또 "알고리즘 연동 회복 과정에서 트레이딩 회사의 역할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왜 연동이 회복됐는지에 대해 거짓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며 "내 행위에 사죄하고 싶다. 나는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라고 말했다.
권씨의 최종 형량이 12년 이하로 결정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권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1일 열릴 예정으로, 최종 형량은 판사가 결정하며 판사 재량에 따라 최종 형량이 검찰 구형량인 12년형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되어 있는 상태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