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공식 배포했다. 이 문서는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팀이 수행한 제도 개편 연구 용역을 토대로 마련됐다. 투자풀 주간사 선정은 4년 주기로 진행되며, 현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연기금 투자풀은 각종 연기금·공공기관이 맡긴 유휴 자금을 한데 모아 민간 주간사가 운용하는 제도다. 6월 말 기준 수탁고는 68조2618억 원이며,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금까지 포함하면 실질 운용 규모는 약 100조 원에 이른다. 지난 5월에는 수탁고가 76조5744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경쟁 구도의 가장 큰 변화는 증권사 진입 허용이다. 기재부는 지난 2월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주간운용사 범위를 증권사까지 넓혔다. 그동안은 자산운용사만 참여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증권사도 운용 실적과 역량을 평가받아 선정될 수 있다.
세부 채점 방식도 달라졌다. 최고 실적 보유자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표준화 점수법' 대신 일정 구간에 들면 동일 점수를 주는 '구간평가'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인적자원 항목의 경우, 과거에는 운용인력 숫자가 많을수록 점수가 올라 실제 투입 계획이 없는 직원을 명단에 올리는 '허수 인력' 경쟁이 벌어졌지만, 앞으로는 구간만 충족하면 점수가 동일해져 인력 부풀리기 유인이 줄어든다.
주간사가 받는 보수율도 소폭 하락했다. 2021년 선정 당시 제시된 보수율은 4.89bp(1bp=0.01%)였으나, 이번에는 4.12bp로 낮아졌다. 수수료율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풀 주간사 자리는 '100조 원 자금 운용'이라는 상징성과 대외 신뢰도 제고 효과로 인해 증권·운용업계 모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일정도 길게 잡혔다. 통상 사전규격 공고 후 한 달 내에 제안서 발표(정성평가)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발표일이 9월 29일로, 사전규격 공고일(8월 1일) 이후 두 달 가까이 간격이 벌어졌다. 이는 증권사들이 필수 요건인 일본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아직 확보하지 못해 금융당국 허가를 기다리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선정은 업종 구분 없이 최고 점수를 받은 두 곳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장에서는 기존 주간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상 적격자는 9월 말~10월 초 사이에 가려지며, 선정된 기관은 2026년 1월 1일부터 4년간 업무를 맡게 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 자체는 크지 않지만, 국가 단위 기관자금 운용을 맡는 상징성이 막대하다"며 "특히 증권사 참전과 평가 방식 개편이 겹치면서 경쟁 구도가 완전히 새로 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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