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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 ETN으로 쏠리는 개인 자금…원자재 '레버리지 베팅'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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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 ETN으로 쏠리는 개인 자금…원자재 '레버리지 베팅'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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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를 이용하여 제작한 이미지.
코스피가 3100~3200선 박스권에 갇히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상장지수상품(ETN)으로 몰리고 있다. 지수 변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 전술형 투자수단으로 ETN의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관련 ETN과 레버리지·인버스형 상품의 인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4일 ETN 일평균 거래대금은 13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약 1250억 원)보다 10.4%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4.7%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대형주 중심의 지수 장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대응이 가능한 ETN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양대 시장에서 개인은 178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ETN은 122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천연가스 관련 상품은 최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리며 거래대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정학적 변수와 경기 전망에 따라 가격 흐름이 요동치자, 개인 투자자들이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박스권 장세 속에서 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기보다, 특정 섹터의 급등락을 노리는 투자 심리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코스콤 ETF(상장지수펀드) 체크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N은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으로 11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밖에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108억 원)’,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41억 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또한 수익률 기준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원유 관련 종목이었다. 하나증권의 '하나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B'는 22.25% 올라 '한투 레버리지 베트남 VN30 선물 ETN(H)(22.38%)’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22.22%) △메리츠 솔랙티브 –2X WTI원유 선물 ETN(H)(22.11%)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선물 ETN B(21.68%) 등이 뒤를 이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스피가 3100~32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상·하방 양방향에 베팅할 수 있는 레버리지·인버스형 ETN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하는 동시에,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인버스 포지션을 병행하는 흐름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공급 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반등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은 각각 1억 536만 배럴, 1억 635만 배럴로 연간 228만 배럴과 99만 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석유 생산량 증가폭 둔화 예상은 국제 유가의 배럴당 50달러선까지 하락 가능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 기간 OPEC+와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의 석유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짚었다. 원유 공급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형 원자재 ETN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위험 노출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ETN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형 상품으로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따르고, 기초자산을 그대로 추종하지 못할 수 있는 구조적 괴리 가능성도 내재한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원자재형 ETN은 가격 변동폭이 커 단기간에 원금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종목의 실적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단기적인 시장 이벤트에 대응하기 위해 ETN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 레버리지 매매를 반복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개인투자자 교육 강화와 발행사 차원의 공시 투명성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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