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훈의 오르겔이야기(42)] 풍관 & 일월오봉도
[글로벌이코노믹=홍성훈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 일명 ‘구로공단’이라고도 했을 만큼 거의 모든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던 70년대의 낙후된 구로시가 야심차게 디지털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문화완충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콘서트홀을 계획했다. 구로아트벨리 복합문화공간이 바로 그것이다.구로시 맞은편에 자리잡은 이곳은 원래 구의원 회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마땅한 쉴 곳이 없는 구로 시민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사랑처로 탈바꿈이 되었다. 그 주변에는 분수대와 조각들이 늘어선 공원과 주차장과 문화진흥원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이 완성되어갈 무렵 구로문화재단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구로 아트벨리라는 다목적 콘서트홀에서 연주나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아날로그적인 음원으로 음악을 연주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한 5개월여 뜬금없는 황량한 토론을 하면서 하나하나씩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디지털을 이용한 아날로그형식의 파이프오르간 조형물 그것이 바로 구로 아트벨리의 공연장 전 벽면에 설치된 ‘풍관’이다. 모습은 그 어느 한 파이프도 제대로 서있는 것이 없고 무질서하게 가로 7m 넓이에 흩뿌려 놓은 듯 약 30여개의 파이프가 벽면에 기형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공연 시작 10분전, 컴퓨터는 시보에 의해 N스스로 작동하기 시작하고, 모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모터에 의해 생성된 바람은 바로 바람창고로 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각 파이프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바람이 모이면 컴퓨터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곡의 음표를 신호로 보냄과 동시에 파이프의 바람마개를 열리게 함으로써 소리를 낸다.
각기 파이프들은 자신의 음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컴퓨터에 의해 바람개폐기가 시간 차이로 열리면서 음악을 연주한다. 거의 모든 음악을 연주하는 이 풍관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없는 신기한 거대한 소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실험적 악기인 풍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작하여 성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지금은 한해에 20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비천상 구름의 트루에 오르겔, 칠보나비의 블루 오르겔, 이번에 제작하고 있는 산수화 오르겔, 그다음으로 꿈꾸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일월오봉도’다.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도에서 제작된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청색과 녹색으로 그려진 하늘과 산봉우리, 동시에 떠있는 해와 달, 양 옆으로 뻗은 두 그루의 소나무, 두 개의 폭포 그리고 넘실대는 물보라가 일정한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