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290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73조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67% 넘게 확대된 것으로, ETF 시장이 단순한 성장 국면을 넘어 자금 유입이 가속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ETF 시장의 성장은 속도와 폭 모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대되던 시장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면서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구조까지 갖춘 점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ETF는 이제 단기 매매 수단을 넘어 개인 투자자들의 기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수익률 상위권이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 가운데, 레버리지를 제외한 ETF들에서도 원자력, 방산, 전력 설비, 중공업, 신재생 에너지 등 산업·국책 테마 ETF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HANARO 원자력iSelect, PLUS K방산, KODEX AI전력핵심설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시장이 커진 만큼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된 것은 아니다. ETF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면 상위 소수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15일 기준 KODEX, TIGER, ACE, RISE, SOL 등 상위 5대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91.07%를 차지하며 '빅5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ETF 시장이 다수 브랜드가 경쟁하는 구도에서 소수 강자가 주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선두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브랜드는 시장 확대 과정에서도 38.4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브랜드는 32.53%의 점유율로 2위를 지켰지만, 시장 전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8.65%), KB자산운용의 RISE(7.27%), 신한자산운용의 SOL(4.22%)이 그 뒤를 이었다.
빅5 체제가 굳어지는 가운데 중위권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고배당·현금흐름 중심의 인컴형 ETF로 틈새 수요를 공략하거나, 지수 추종을 넘어 운용 역량을 전면에 내세운 액티브 ETF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질수록 '무엇이든 갖춘 브랜드'보다 '하나의 강점을 가진 브랜드'가 살아남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TF 시장의 급성장은 투자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장기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지수·산업 단위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단기 자금 운용과 위험 분산을 동시에 충족하려는 수요도 ETF로 유입되고 있다. ETF가 개인 투자자의 자산 형성과 위험 관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간 유동성 격차와 마케팅 경쟁 심화 등 구조적 과제를 해소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라고 지적하며 "ETF 시장은 양적 성장 단계를 지나며, 다음 단계에서는 제도와 구조, 그리고 장기 자금이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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