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래춤협회(이사장 남진희 상명대 무용예술전공 교수)가 성암아트홀에서 이틀간 주최·주관한 겨울맞이 제12회 포럼 공연과 안무가전은 상명대를 주축으로 단국대, 서울기독대, 충남대, 한양대가 공동 후원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총 예술감독 남진희 이사장의 역량과 선한 의지로 각 대학교 출강 교강사와 대학원생들이 적극적 상상력을 보태는 일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코로나19의 엄정한 방역 지침에 따리 대규모 관객 동원이 어려운 가운데 치러진 공연은 한국미래춤협회의 취향과 성격을 규정하고, 불안을 대처하고 극기하는 안무가들의 열정이 돋보이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에 충분하였다. 자연스럽게 한·중 우호의 장(場)이 된 공연은 미래춤의 형식과 내용을 전파하고 이식하는 행위가 되었고, 다양한 춤의 변주를 예측하게 하였다.
한국미래춤에 대해 갖는 기대감은 일반적 범주에 관한 것이었다. 첫째; 신선도 가득하고 독창성이 담보된 작품(creativity), 둘째; 작품 대내외적 예술적 구성력(composition), 셋째; 작품의 주도적 흐름을 견인하는 안무력(coaching power), 넷째; 예술적 완성도(artistic result), 다섯째; 발전 가능성(developing possibility), 여섯째; 연계적 힘(unit harmony) 이다.


중국 안무가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전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작들은 무용 대중화를 고심한 노력이 돋보였다. 공연에 앞서 자신의 춤과 작품의 흐름을 간략하게 발표한 포럼은 한국미래춤협회 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기선제압형 학술발표 활동 중의 하나였다. 한국미래춤 활성화에 봉헌된 안무작들은 비교적 젊은 춤작가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감지하게 하는 교본적 작품들이었다.
아담한 극장에서 엄선된 관객들이 ‘미지의 안무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호흡하는 것은 행운이다. 한국미래춤협회는 코로나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주제에 밀착하도록 작품성을 더 끌어올려 이미지적 우월성과 상품성을 확보, 특정 국가에 치중하지 않는 국제교류를 통한 적극적 발전을 모색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진설된 작품들에 대한 인상 : 포럼 공연; 이도경(이명자보존회 회장) 출연의 강선영류 <태평무>, 김하연(상명대 무용예술전공 외래교수) 안무의 <강박사슬>, 등원범(하이난대 음악·무용대학 부교수) 안무의 <그리운 마음>, 장 건(산시 미디어대 무용과 강사) 안무의 <오성>(五聲), 황희상(상명대 무용예술전공 외래교수) 안무의 <숨>, 윤지현(충남대 대학원 재학) 안무의 <Push and Pull>, 이서연(서울기독대 강사) 안무의 <Fase>는 한국의 전통춤에서 중국의 전통과 현대무용의 느낌을 아우르며, 네 평 위의 춤과 대륙의 기상을 불러오는 조화로움을 연출했다. 중국 안무가의 상상은 분명 차별화되었다.


주제 암시의 제목을 가진 안무가들은 스승의 주도적 안무 라인과 서정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등원범의 독무의 <그리운 마음>은 민족적 개성, 개인의 미적 의식과 개인의 정신 상태를 구현하고, 춤 일생에 얽힌 추억을 대륙풍으로 다듬은 것이다. 장 건 안무의 <오성, 五聲>은 궁상각치우의 오성계와 우주를 연관, 오 방위에 대응하고 만물의 천지 합일과 몸과 마음의 조화를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숨>은 일상의 시적 감성을, <Push and Pull>은 안무가의 시각으로 엮은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낸다. <Fase>는 현대무용의 특장과 규칙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안무가전 ; 김은정(키무브 댄스컴퍼니 대표) 안무의 <사이>, 전부희(한국미래춤협회 이사) 안무의 <가시나무>, 김주빈(주빈 컴퍼니 댜표) 안무의 <무아지경>, 장옌신(상명대 국제센터 조교) 안무의 <하고 싶은 말>, 이몽설(상명대 무용학과 박사 과정)·장 정(하북성 승덕시 무용가협회 이사) 공동 안무의 <수향>, 장인지(상명대 무용학과 석사과정) 안무의 <감시사회>, 나연주(천안시립무용단 차석단원) 안무의 <품ː고>는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작품을 구성된 한·중 무용 경연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창작무용과 현대무용, 중국 창작무용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져 비슷하지만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사이>는 ‘관계’에 관한 철학적 사유의 현대적 움직임을 구체화 시킨다. <가시나무>는 슬픔의 알곡들로 엮은 인간의 허기진 서정의 틈새를 파고든 작품이었고, <무아지경>은 창무의 연구적 작품으로서 신내림 과정과 ‘공수’,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하고 싶은 말>은 사랑에 관한 소통의 소중함을 담은 이인무이다. <수향(水鄕)>은 물의 민족 다이족의 물에 대한 경외심을 다룬 두 다이족 처녀의 봄날 유희가 꿈같은 서정을 일구며 깊은 감동을 남긴 작품이다. 미래춤의 핵심 표제 같은 <감시사회>는 인간의 도덕적 태도를 보여주면서 문명의 이기가 빚은 자유의 상실을 고발하고,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는 작품이다. 미래춤의 결론적 태도는 정형을 견지하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품ː고>와 같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핀다. 부대끼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다. 무엇보다도 틈새를 피워 둔 미래춤은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기 위해서 완성된 예작(藝作)은 여유적 공간이 필요하다. 바쁜 일정이 조급을 부른다는 느낌으로 다가와서는 안된다. 새 밀레니엄의 흐름을 타고 부상한 미래춤은 다양한 국제화 과정이 필요하다. 과감한 자기주장과 혁신적 사고가 담긴 춤은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포럼, 포럼공연, 안무가전에 이르는 공연은 가볍게 자연스럽게 하나씩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 과정의 작업이 아름답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