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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올 1분기 -0.3% 성장 '쇼크'...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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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올 1분기 -0.3% 성장 '쇼크'...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고조

관세 전쟁 탓 2분기에도 역성장 예상...물가는 다시 오를 가능성 커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0.3%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 기술적인 침체에 빠질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30일(현지 시각) 예상했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있는 중국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0.3%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 기술적인 침체에 빠질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30일(현지 시각) 예상했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있는 중국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역성장을 했고,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미국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 성장했고,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어 1970년대식 고물가 속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 판단이다. 미국이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와 한국을 비롯한 57개 국가에 상호 관세를 본격적으로 부과하면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기술적인 침체’에 빠진다. 그러나 미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경기 침체로 곧바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를 공식적으로 판정하는 곳은 초당적으로 운영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이고, 이곳에서 8명의 경제학자가 결정한다. 이들은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노동 시장, 소비 지출, 산업 생산, 비농업 분야 소득 등 8가지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해 침체 판정을 내린다.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의 GDP 증감률(속보치)이 -0.3%(직전 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30일(현지 ) 밝혔다. 미국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다. 이는 그동안의 탄탄한 성장세가 꺾였다는 뜻이다.
미 경제는 2023년 2.9%, 2024년 2.8%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또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2.4%의 안정된 성장률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올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경제 혼란이 가중됐고, 소비자와 기업은 지속적인 관세 부과와 경제정책 발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분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체적인 GDP 성장률이 내려갔지만, 소비와 투자는 아직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불확실성이 고조돼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성장 둔화, 노동 시장 약화에 따른 고용 감소와 실업률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은 미국 경제 진로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흐름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로 참고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3월 들어 둔화했다. 미 상무부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2월(2.7%) 대비 상승률이 둔화한 데다 2024년 9월(2.1%) 이후 상승률이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나타냈다. 근원지수 상승률은 2021년 3월(2.2%)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그러나 이 지표는 관세 정책의 충격이 실물 경제에 반영되기 이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관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월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NYT는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이며 얼마 동안 이런 오름세가 유지될지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관세가 오래 유지될수록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려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외국산 소비재나 원자재에 대한 재고 축적에 나서면서 수입 물량이 대폭 증가했고, 정부 지출도 1분기 중 1.4%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미 상무부가 밝혔다.

그러나 개인소비는 1분기에 1.8% 증가했다. 내구재 소비가 3.4% 감소했지만, 비내구재 소비(2.7%)와 서비스 소비(2.4%)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민간투자는 설비투자가 크게 늘면서 1분기 중 21.9% 급증했다. 관세 시행에 앞서 기업들이 설비투자 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