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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中 자동차 산업의 두 얼굴…신차, '가짜 중고차'로 속여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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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中 자동차 산업의 두 얼굴…신차, '가짜 중고차'로 속여 수출

과잉생산 재고, '덤핑 수출'로 해소…러시아 등 각국 '수입 장벽' 높인다
지방정부는 'GDP 부풀리기'에 눈감고, 업계는 "브랜드 신뢰도 추락" 우려
중국 베이징의 한 중고차 시장에 샤오미 SU7 전기차가 서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 나온 것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과 재고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다. 일부 차량은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로 둔갑해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의 한 중고차 시장에 샤오미 SU7 전기차가 서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 나온 것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과 재고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다. 일부 차량은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로 둔갑해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사진=로이터
중국 자동차 산업이 조립 라인에서 갓 나온 신차를 '중고차'로 위장 등록해 해외로 수출하는 편법으로 수년간 판매 실적을 부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 자동차 과잉 생산과 이 때문에 벌어진 극심한 내수 가격 경쟁, 중앙 정부가 할당한 성장 목표를 이루려는 압박이 맞물려 빚어낸 기형적 현상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각) 꼬집었다.

2019년부터 본격화한 이른바 '주행거리 0km'로 불리는 이 차량들은 실제 운행 기록이 없지만, 서류상 중고차로 둔갑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로 수출된다. 자동차 제조사는 이를 통해 판매 실적을 올리고 내수 시장에서 처리가 어려운 재고를 소진하는 효과를 본다.

이 관행은 지난 5월 창청자동차 대표가 문제를 제기해 공론화했으며, 6월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내수 시장의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판매를 강하게 규탄했다. 신문은 이 가짜 중고차가 극심한 가격 전쟁을 부추겨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강력한 규제 조치"를 촉구했다.

◇ 지방정부가 앞장서는 '통계 부풀리기'


역설적이게도 지방 정부들은 이 관행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가 확인한 결과, 광둥성, 쓰촨성 등 최소 20곳의 지방 정부가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 지원책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중앙 정부가 내려보낸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고 인위로 수출 실적과 GDP 통계를 부풀리는 것이다. 수출업체가 차량 한 대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래액이 두 배로 잡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방 정부는 수출용 추가 허가증 발급, 세금 환급 절차 간소화, 국경 인근 무료 창고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실제로 기술 중심지인 선전시는 해마다 차량 40만 대 수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 확대를 약속했다. 광저우시는 교통 체증을 덜고자 제한된 차량 등록 할당량을 수출용 차량에 추가로 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 편법 수출 규모는 상당하다. 중국 자동차 딜러 협회의 왕멍 컨설턴트는 "2024년 중국이 수출한 중고 승용·상용차 43만 6000대 가운데 90%가 '제로 마일리지' 차량으로 본다"고 밝혔다. 수출 차종은 내수 시장에서 인기가 덜한 내연기관차가 주를 이루나,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 전기차(NEV)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신차 총 641만 대를 수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이 됐으며, 이 중 약 6%는 실제로는 가짜 중고차였던 셈이다.

◇ "이미지 훼손" 비판에도… 옹호론 여전


업계 안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 시장 질서 교란, 통계 왜곡 같은 부작용을 지적하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창안자동차의 주화룽 회장은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이 관행이 해외에서 중국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단속을 촉구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컨설팅 회사 오토싱의 싱레이 설립자는 "실제 판매량과 부풀려진 수치가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투자자들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중국 승용차 협회의 추이둥수 사무총장은 "높아지는 무역 장벽 속에서 특정 해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길"이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 러시아·요르단 등 '빗장'… 수익성 악화에 시장 혼란


'덤핑' 우려가 커지자 일부 국가는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2023년 자국에 공식 유통사가 있는 체리, 창안, 지리 같은 중국 브랜드의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입을 사실상 막았다. 다른 나라들도 생산 후 경과 기간 같은 중고차 분류 기준을 강화하며 규제를 다듬고 있다.

시장은 이미 과열 경쟁으로 혼란스럽다. 충칭의 중고차 업체 환위자동차의 윌리엄 응 이사는 "2022년만 해도 4만 위안짜리 전기차를 중앙아시아에 팔아 1만 위안(약 1400달러)의 이익을 냈으나 지금은 소규모 자영업자나 틱톡커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화병이나 와인을 팔던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차를 판다. 이건 혼돈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제로 마일리지' 수출은 중국 내부의 과잉 생산 문제를 해외로 떠넘기는 임시방편이지만, 길게 보면 자국 브랜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제 무역 분쟁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