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결과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은 전일 기준 89조1944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TF 시장 전체 규모(232조 원)의 38.4%를 차지하는 압도적 수치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 77조128억 원으로 ETF 시장에서 33.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운용사의 격차는 지난 6월 30일(10조7592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벌어지면서 현재 12조1816억 원 차이로 벌어졌다. 점유율은 5.25%포인트 차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2월 70조 원을 처음 넘은 이후 불과 4개월 만인 6월 80조 원을 돌파했고, 다시 3개월 만에 90조 원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ETF 시장 개설 이후 단일 운용사가 90조 원에 이르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삼성자산운용이 사실상 국내 ETF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3위 자리를 둘러싼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두 회사 모두 순자산 18조 원 안팎으로 격차가 0.06%포인트에 불과하다. KB는 'K-방산 ETF', '글로벌희토류 ETF' 등 테마형 상품에서 흥행을 이어갔고, 한투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앞세워 개인투자자 수급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3위 다툼이 단순 점유율 경쟁을 넘어 새로운 상품 개발 경쟁으로 이어지며 시장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ETF 시장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가 중심이던 시장에 최근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 자금이 본격 유입되고 있다. 특히 채권형 ETF와 글로벌 자산 분산형 ETF가 연금 자금의 안정적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원자력·방산 같은 정책 테마와 AI·반도체 같은 미래 성장 테마 ETF가 자금을 빨아들이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업계는 내년 ETF 시장 규모가 3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독주 구도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후발주자들이 테마형·해외형 ETF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이 시장을 주도하는 동안 다른 운용사들은 보수 인하와 차별화된 테마 발굴을 통해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TF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삼성의 독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ETF 전체 순자산은 지난해 말 200조 원을 넘어선 뒤 불과 9개월 만에 30조 원 이상 늘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ETF 투자 비중은 2020년 30% 안팎에서 올해 상반기 45%까지 높아지며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저비용·분산 투자'라는 ETF 고유 장점에 AI·반도체·원자력 등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 수요가 더해진 결과다.
삼성자산운용은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최근 홍콩·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ETF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으며, 북미·유럽 기관투자가 대상 상품도 준비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삼성 ETF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90조 원 돌파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90조 원 돌파를 계기로 국내 ETF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한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ETF는 단순한 지수 추종을 넘어 자산운용사의 전략과 기획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며 "삼성자산운용의 성장은 향후 경쟁사에도 ‘'규모의 경제' 압박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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