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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일대일로' 앞세워 아프리카에 55조원 투자…경제·안보 동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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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일대일로' 앞세워 아프리카에 55조원 투자…경제·안보 동시 공략

미국 등 서방 공백 파고든 중국, 개발도상국에 지지세력 확보 전략
'채무의 덫' 논란 여전…스리랑카·케냐 등 부채 문제로 운영권 넘겨
2021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고속도로 공사 현장.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로 아프리카에 6조 엔을 투자하는 등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영향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이지만, 스리랑카와 케냐 등의 사례처럼 '채무의 덫'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고속도로 공사 현장.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로 아프리카에 6조 엔을 투자하는 등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영향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이지만, 스리랑카와 케냐 등의 사례처럼 '채무의 덫'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 투자가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40억 달러(약 172조 원)가 투입돼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물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투자를 집중하며, 개발도상국 지원에서 손을 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닛케이가 11일(현지시각) 인용한 호주 그리피스 대학과 중국 푸단 대학 연구기관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투자액(건설 계약 포함)은 1240억 달러(약 172조 원)에 달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연간 최고치다.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상반기에만 400억 달러(약 55조 원)가 집중돼 지난해 연간 투자액보다 37% 많았고, 전체 투자액의 30%를 넘겼다. 아프리카가 지역별 투자 비중 1위를 차지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화학공정그룹이 나이지리아에서 체결한 20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가스 시설 건설 계약이 전체 투자를 이끌었다. 중국수출입은행 역시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주와 카두나주를 잇는 철도 사업에 2억4500만 유로(약 3978억 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과거 도로, 철도 등 교통 시설에 집중됐던 투자 분야도 에너지, 전략 광물, 첨단 기술 시설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는 97억 달러(약 13조4665억 원), 기술·제조업 투자는 232억 달러(약 32조2085억 원)에 이르렀으며, 화유코발트나 CATL 같은 기업도 아프리카 안에서 광산 지분을 확보하고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美 빠진 자리 파고든 中…경제 넘어 군사 협력까지


최근 투자가 다시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외 원조 축소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쇄하고 원조액을 크게 줄이자, 이에 반발하는 개발도상국이 늘었다. 중국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투자를 늘려 국제 사회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사노 준야 주임연구원은 "중국에 아프리카는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중국과 아프리카 사이 군사 협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이 줄어든 틈을 타 중국은 무인기(드론),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감시 기술 등 첨단 군사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현지 군사 교육과 훈련을 넓히며 친중 안보 관계망을 만들고 있다. '경제와 안보를 묶는' 전략으로 아프리카 안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아프리카와 태평양 섬나라, 중남미에서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서방 국가들이 신장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을 때, 매번 중국 편에 선 나라 수가 서방 국가 수를 웃돌았다.

자원 확보도 중요한 목표다. 상반기에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투자도 활발했다. 중동과 관계를 강화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우라늄과 희소금속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장밋빛 전망 속 '채무의 덫' 그림자


다만 '채무의 덫' 논란은 일대일로의 그림자로 여전하다. 스리랑카가 중국에 진 빚을 갚지 못해 항만 운영권을 99년간 넘겨준 사례가 대표적이며, 몰디브, 라오스, 케냐 등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은 부인하지만, 개발도상국을 빚더미에 빠뜨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투자 사업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협력'으로의 전환을 알리며 소규모 민생 사업 강화를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