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25년 세계 해상풍력 터빈 75% 독점 설치...미국은 80% 완공 직전 프로젝트도 중단

배런스는 최근 캐럴린 키산 뉴욕대 전문연구대학원 세계 문제 센터 부학장이 쓴 글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 전략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중·러, 30년간 4000억 달러 가스관 사업 밀어붙여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에 서명해 '시베리아 파워 2' 파이프라인 건설을 정식 확정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은 "연간 최대 500억 입방미터 가스를 30년간 중국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 북부까지 이어지는 2600km 길이로 건설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파이프라인이 완성되면 중국은 2030년 이후 연간 1000억 입방미터가 넘는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게 되며, 이는 중국 예상 가스 수요의 5분의 1을 넘는 규모다.
밀러 사장은 "이번 공급 가격은 유럽 고객에게 적용하는 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수출 급감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중국이 더 유리한 가격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2025년 전 세계 해상풍력 터빈 75% 설치 전망
중국은 가스 수입원을 다양하게 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 만들기 힘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전 세계 새 해상풍력 터빈 설치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2025년까지 중국 전체 전력 수요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광둥성은 2025년까지 17GW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만들 계획으로, 이는 어느 나라보다 큰 규모다.
블룸버그NE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위 10대 풍력 터빈 만드는 회사 중 6곳이 중국 업체였으며, 골드윈드(19.3GW), 엔비전(14.5GW), 윈디(12.5GW), 밍양(12.2GW) 등 상위 4곳을 중국이 독차지했다. 우드맥킨지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중국 만드는 회사들이 전 세계 풍력 설치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센 부유식 해상 풍력 터빈을 만들어 설치했다. 블룸버그NEF는 중국이 올해 전 세계 해상 풍력 터빈 4대 중 3대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80% 완공 해상풍력도 중단..."투자자 신뢰 급락"
반면 미국은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로드아일랜드 해안에서 80% 완공된 오르스테드의 '레벌루션 윈드'(Revolution Wind) 사업을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갑자기 중단시켰다고 CT 미러가 보도했다.
이 사업은 수년간 타당성을 검토한 뒤 자금 조달과 허가를 모두 완료한 상태였다. 완공되면 700메가와트가 넘는 전력을 생산해 약 3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해양에너지 관리국은 8월 서한에서 오르스테드에게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적대 세력이나 외부 위협 때문이 아니었다. 풍력 산업에 대한 선택적 정치 공격이었다.
미국 해상풍력 업계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025년 상반기 36% 감소해 200억 달러(약 27조 70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63% 늘려 거의 300억 달러(약 41조 6000억 원)를 투입했다.
"에너지 정책 정치 무기화로 자국 경쟁력 약화"
키산 부학장은 글에서 "미국은 자원, 기술, 자본 등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재생에너지를 정치화하고 허가받은 사업을 지연시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런 행보는 아이러니"라며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안보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력 수요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 배제로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 직전에 풍력 산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섬뜩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업조차도 정치적 횡포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미국이 차세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에 약 6800억 달러(약 944조 원)를 투자했다. 반면 미국은 해상풍력 사업 중단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관련 투자가 급감하고 있어 에너지 전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