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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억7900만 달러 특허소송 전격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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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억7900만 달러 특허소송 전격 합의

무선 통신 기술 침해 주장한 헤드워터와 분쟁 마무리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 관련 소송 기각…재소 불가 조건
삼성전자가 2억 79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특허 소송에서 전격 합의하며 오랜 분쟁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의로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 제기됐던 소송은 재소 불가 조건으로 기각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2억 79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특허 소송에서 전격 합의하며 오랜 분쟁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의로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 제기됐던 소송은 재소 불가 조건으로 기각됐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가 지난 4월 2억 7900만 달러(약 3889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 평결을 받았던 미국 무선 통신 기술 특허 소송을 최종 합의로 마무리했다.

텍사스 연방법원 제출 서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권자인 헤드워터 리서치(Headwater Research)와 분쟁을 해결하고 관련 소송을 모두 종결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는 장기화될 수 있었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삼성전자와 헤드워터 리서치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양측이 분쟁을 완전히 해결했으며, 헤드워터가 제기한 소송을 '재소 불가 조건(with prejudice)'으로 기각해달라고 공동으로 요청했다. 재소 불가 조건부 기각은 원고가 동일한 사안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조치로, 이번 합의가 해당 분쟁의 최종적인 종결임을 뜻한다. 양사의 대변인과 변호인단은 구체적인 합의 조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데이터 효율화 기술 특허 둘러싼 3년 공방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텍사스 배심원단이 헤드워터 측 주장을 받아들여 특허의 유효성과 침해를 모두 인정하고 삼성전자에 2억 7900만 달러(약 3889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데 따른 것이다. 헤드워터는 지난 2022년 소송을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주력 제품군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헤드워터 측이 문제 삼은 기술은 무선 기기의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소장에 따르면 이 기술은 "데이터 사용량과 네트워크 혼잡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감소시켜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며, 사용자의 네트워크 연결성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사실상 오늘날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에 필수적인 기술에 해당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소송 과정에서 특허 침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해당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강력히 맞섰다.

'특허 괴물 성지' 텍사스서 잇단 거액 배상


헤드워터 리서치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그레고리 롤리(Gregory Raleigh)가 설립한 미국 텍사스 타일러 소재 연구 중심 기업으로, 다수의 통신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을 상대로도 유사한 특허 소송을 진행해왔다. 실제로 헤드워터는 AT&T, T-모바일, 버라이즌 등과도 같은 기술 특허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인 끝에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또 다른 배심원단이 버라이즌이 헤드워터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억 7500만 달러(약 2439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특허 분쟁으로 거액의 배상 평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동종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으며, 특히 이번 소송이 진행된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자주 나와 '특허 괴물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유럽 특허 법원에서 일부 특허 분쟁에서 승소하는 등 글로벌 전선에서는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게 특허 침해 소송이 기술 경쟁과 연구개발(R&D) 성과를 보호하는 중요한 전선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헤드워터의 기술적 권리가 배심원 평결을 통해 인정되면서 무선 통신 분야의 핵심 특허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사는 현재 진행 중이던 여러 관련 특허 소송들도 함께 기각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여기에는 삼성이 지난 1월 재판에서 헤드워터의 주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던 별개의 소송도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로 상당한 재정적 책임을 지게 됐지만, 추가 소송 위험을 일단락하고 무선 통신 핵심 기술과 특허 방어 전략에 더욱 집중 투자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