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IMF 외환위기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106만 명에게 첫 신용 사면을 단행한 게 시작이다. 이후 해마다 신용 사면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228만 명에 이어 지난 정부 때도 286만 명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줬다.
이재명 정부는 5000만 원 이하 채무자 324만 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빚을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지워주겠다고 예고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5년간 1, 2금융권 대출을 금지하던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바람에 나타난 현상이다. 금융권이 대출금리 상승 요인인 연체율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장기 연체 소액채권을 정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각 금융사가 공통된 기준 없이 연체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던 것을 막아 소액 채무자의 추심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연체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1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금융사들은 채권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효 만료 직전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일정 금액 이하의 채권을 추심 대신 소각하면 손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강제성은 없다고 하지만 금융사들로서는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빚을 제때 갚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의 형평성 시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빚이나 연체 기록을 없애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만 상대적으로 손해란 인식에서다.
금융산업에 당국의 입김이 많이 개입할수록 신뢰도를 상실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